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지조 Nov 14. 2024

2084

조지오웰 소설 '1984' 오마주

2084년 인간이 운전하는 것이 불법이 된 지 벌써 30년째이다.


30년 전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불법이 된 후로 30년 동안 교통사고율이 0으로 거의 수렴되었고, 당연히 음주운전과 졸음운전따윈 아예 없어진 단어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대한민국 국토의 3/1이 없어졌으며 나의 터전이었던 인천 청라는 물에 잠긴 지 20년이 되어간다.
그래도 인천에서 높은 지대인 계양산이 있는 계양에 살고 있고 부모님은 돌아가신 지 오래지만 내 곁 가까운 계양산에 묻혀 계시며 빅브라더처럼 나를 항시 감시하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살면서 불효가 많았기 때문에 죄송한 마음에 부모님을 뵈러 매일 산에 오른다.


조상의 유전적 혜택과  첨단의학기술의 이중혜택을 듬뿍 받아 나는 올해 104살이 되었다. 요새 평균수명이 150살로 늘었다.
내 아들은 3년 후엔 일흔이 되는데 최근에 출시된 와모레화장품 노화방지크림이 효과가 좋았는지 60년 전 2024년으로 치면 40대의 외모의 동안이다.
어렸을 때 장군이 되겠다고 항상 플라스틱칼을 차고 다니던 나의 아들은 장군보쌈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기업 장군푸드의 대표로 칼로 배추를 써는 기술만은 장군감이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어 올해 60회 특집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프랜차이즈 대표 특집이 나가 음식평론가 박호로록선생님께 최하점 혹평을 받아 예선탈락하는 망신을 당한 후로 겸손한 마음을 갖고자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 장군푸드 식자재창고에서 보쌈배추 1000 포기를 써는 수양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정년퇴직은 100세로 늘어나, 직업을 3개 정도 가지는 건 보통의 일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조지미디어그룹의 명예 회장이지만 경영에는 손땐지 오래다.
그 중간에 나는 잠깐 외도로 이름 없는 가수 재규어로 활동했으나, 자비로 낸 음반 만장 중 구천오백장이 지하실 창고에 아직도 그대로 있다.



요새는 현대 소설의 90% 이상이 AI가 쓴 글이다. 솜씨도 수준도 나쁘지 않지만 AI가 쓴 글을 보면 난 단번에 구별해 내는 재주가 있다.
그것도 재주라고 그래서 나는 ‘AI소설 구별가’라는 직업도 가지고 있으며, 지금은 거의 사라져 버린 인간미 있게 펜으로 글을 쓰는 작가 필명 ‘조지팬’으로 활동하고 있다.

2084년 10월 5일 어느 날 나는 계양산 둘레길을 첨단 AI기술로 유전자가 다시 복제되어 태어난 55년 전에 무지개 나라로 갔던 AI강아지 뭉치와 산책 중이었다.
둘레길 밤나무 숲 어디쯤에서 뭉치가 갑자기 재밌는 걸 발견한 마냥 총총 뛰어가더니 종이쪽지를 물어왔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정확히 60년 전을 1984를 읽은 그날을 기억했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쪽지로 인해 나는 기억 속에 잊혀왔던 생생한 문장을 이중사고 따윈 없이 정확히 단번에 기억해 냈다.

‘모든 행위의 결과는 그 행위 자체 속에 들어 있게 마련이다!’




George Ch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