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과 함께 간 파리의 특별한 스타벅스
작년 12월, 파리의 거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반짝이는 조명으로 가득했습니다. 미국에서 두 아들이 날아왔습니다. 큰아들은 2년 만에, 그것도 결혼할 예비 며느리를 데리고 왔고, 작은아들은 무려 12년 만에 엄마를 보러 왔습니다. 12년이요. 공항에서 작은아들을 봤을 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닫혀 있던 보물상자를 다시 여는 기분이었달까요. 어린아이였던 그 아이가 어느새 훌쩍 큰 청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큰아들 옆에 선 예비 며느리는 수줍게 웃으며 인사했고, 그 순간 제 마음은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 찼습니다.
딸아이가 가장 신이 났습니다. 파리에서 저와 함께 살며 이미 이 도시 구석구석을 탐험한 딸은 마치 자신의 정원을 자랑하는 어린 정원사처럼 오빠들과 예비 올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았거든요. "오빠들, 올케 언니, 내가 진짜 멋진 곳 알려줄게!" 딸이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다섯은 비가 내리는 파리 거리를 걸었습니다. 빗방울은 은빛 실처럼 가늘게 내렸고, 우산 아래 모인 우리 가족은 마치 작은 섬처럼 따뜻했습니다.
오페라 광장을 지나, 딸이 앞장서서 우리를 이끈 곳은 3 Boulevard des Capucines에 위치한 카푸친스 스타벅스였습니다. "엄마랑 여기 한 번 왔었는데, 진짜 대박이야. 오빠들 깜짝 놀랄 거야. 올케 언니도 완전 좋아할 거야!" 딸이 신나서 말했습니다. 사실 저도 이곳은 두 번째 방문이었어요. 첫 번째 왔을 때 너무 감동받아서 아이들과 꼭 다시 오고 싶었거든요. 입구에 도착했을 때 아들들과 예비 며느리는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검은색과 나무 톤의 평범한 외관. "여기? 그냥 스타벅스 아니야?" 작은아들이 물었습니다. 딸이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냥 따라와봐. 진짜 멋진 건 안에 있어." 마치 비밀의 문을 열기 직전의 설렘처럼, 우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1층을 지나 계단을 오르는 순간,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오 마이 갓..." 예비 며느리가 영어로 감탄했습니다. "헐... 이게 뭐야?" 작은아들이 중얼거렸습니다. 천장이 열렸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 거꾸로 흘러 18세기 프랑스 귀족의 세계가 우리 머리 위에 펼쳐졌습니다. 금빛 몰딩으로 섬세하게 구획된 천장화는 마치 하늘에 그려진 거대한 책처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구름 사이를 노니는 천사들, 파스텔 톤의 하늘빛, 로코코 양식의 화려한 장식들. 크리스털 샹들리에는 별처럼 은은하게 빛을 뿜어냈고, 검은 대리석 기둥들은 시간의 파수꾼처럼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습니다.
"대박... 진짜 베르사유 궁전 같은데?" 큰아들이 감탄했습니다. 예비 며느리는 넋을 잃고 천장만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딸이 으쓱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치? 내가 뭐라고 했어. 파리에서 제일 예쁜 스타벅스라니까!" 우리는 창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섯 명이 앉을 수 있는 넉넉한 테이블이었어요. 딸이 이미 여러 번 와봐서 어디가 좋은 자리인지 훤히 알고 있었거든요. 금박 액자 같은 창문 너머로는 비 내리는 파리 거리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져 있었고, 머리 위로는 천상의 풍경이 우리를 감싸 안았습니다.
각자 주문을 했습니다. 저는 따뜻한 카푸치노, 큰아들은 카페 라떼, 작은아들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딸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캐러멜 마키아토, 예비 며느리는 바닐라 라떼를 시켰습니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모두 계속 천장을 올려다봤습니다. "이 건물 원래 뭐였어요?" 예비 며느리가 물었고, 딸이 자랑스럽게 설명했습니다. "이거 진짜 옛날 건물이에요. 18세기 건물인데, 역사적 건축물로 보존되는 거래요. 그래서 스타벅스가 들어올 때도 원래 인테리어를 최대한 살렸대요."
주변을 둘러보니 노트북을 펼쳐놓고 일하는 사람, 두툼한 책에 빠져든 여인,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 나누는 연인들이 보였습니다. 이곳에선 모두가 주인공 같았습니다. 21세기 사람들이 18세기 궁전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 신기한 풍경. 마치 과거와 현재가 춤을 추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파리만의 매력이었습니다.
커피가 나왔습니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컵을 손에 쥐고, 우리는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들을 쏟아냈습니다. 큰아들은 프러포즈 이야기를, 예비 며느리는 처음 파리에 온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작은아들은 12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습니다.
"엄마, 12년 동안 못 봤는데... 이렇게 멋진 곳에서 다시 만나니까 진짜 신기해요."
작은아들의 말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12년이라는 시간.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했을까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가 함께였습니다.
큰아들이 예비 며느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우리 결혼식도 파리에서 하면 어떨까?" 딸이 제 손을 꼭 잡았습니다. "엄마, 오빠들이랑 또 오자."
그 순간 알았습니다. 이 화려한 천장도, 샹들리에도 사실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다섯 명이 함께 앉아 커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이 시간. 그게 전부였습니다.
커피를 다 마시고도 한참을 더 앉아 있었습니다. 밖엔 여전히 비가 내렸지만, 이곳은 따뜻했습니다. 2년 만에 돌아온 큰아들과 그의 사랑, 12년 만에 찾아온 작은아들, 파리에서 함께 사는 딸.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하나였습니다.
그날의 커피 향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가끔 외로울 때마다 위로가 됩니다.
카푸친스 스타벅스
� 3 Boulevard des Capucines, 75002 Paris
� 가까운 역: Opéra (3, 7, 8호선), Madeleine (8, 12, 14호선)
� Tip: 2층 창가 자리를 추천합니다. 천장화를 감상하기에도, 파리 거리를 내려다보기에도 완벽한 위치예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더욱 특별한 추억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