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주택 임대 사업자가 된 50대 주부의 부동산 투자 실패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 독일 속담
그날, 어느 2월의 목요일 오후.
서경자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 앉아 있었다. 손에 든 재계약서가 유난히 무거웠다.
월세 3만 9천 원.
2년을 기다린 결과가 이것이었다. 커피 서너 잔 값.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월세 인상액이 고작 3만 9천 원이라니.
'내가... 완전히 속은 거였어.'
버스 창밖으로 서울의 거리가 스쳐 지나갔다. 높은 빌딩들, 오가는 사람들. 2년 전, 그녀가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는 희망으로 가득했었다.
2년 전.
부동산 붐이 한창이던 그때. 주변 사람들이 집으로 돈을 벌고, 오피스텔 투자로 월세를 받는다는 이야기에 경자의 마음도 흔들렸다.
'다들 집 사서 돈 벌던데... 우리만 이렇게 살 순 없잖아?'
오십 대 중반. 슈퍼마켓 캐셔로 25년을 일했다. 남편의 국민연금 80만 원, 자신의 월급 120만 원. 노후가 불안했다.
그해, 경자는 오피스텔 투자에 눈을 떴다. 유튜브를 보고, 책을 읽고, 부동산 카페를 기웃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조영달 소장을 만났다.
강남역 근처, 작은 중개사무소. 조영달은 밝은 미소로 그녀를 맞이했다.
"사모님, 좋은 매물이 있습니다. 갭 투자로 2천만 원이면 됩니다!"
"갭 투자요?"
"네, 집값 2억 1천만 원인데 전세가 1억 9천만 원이에요. 차액 2천만 원만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주택 임대 사업자로 포괄승계 하시면 세금 혜택도 받으시고요!"
'주택 임대 사업자 포괄승계.'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잘 몰랐다. 그저 세금 혜택이 있다는 말, 안정적이라는 말에 혹했다.
"이거 하시면 세금도 혜택 받으시고, 장기 임대로 안정적인 수입도 생기고... 요즘 다들 하는 겁니다!"
경자는 그 말을 믿었다.
가을부터 물건을 알아보고, 서류를 준비했다. 남편은 반대했지만, 경자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늦가을, 오피스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겨울, 잔금을 치렀다. 그리고 이듬해 봄, 새 세입자 윤하영과 전세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1억 9천만 원, 월세 0원. 갭 2천만 원. 하지만 실제로 들어간 돈은 3,450만 원이었다. 취득세, 법무비용, 전세보증보험, 중개 수수료... 25년 동안 모은 거의 전 재산이었다.
여름, 주택 임대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재계약의 날이 왔다.
경자는 기대했다. 주변 오피스텔들이 월세 10만 원씩 올라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도 그 정도는 받을 수 있겠지?'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월세요? 네... 3만 9천 원이요."
전화기를 든 경자의 손이 떨렸다.
"...네? 3만 9천 원이요?"
"네, 5% 인상이라 그게 맞아요."
보증금 1억 9천만 원, 월세 3만 9천 원.
5% 인상. 법적으로 정해진 주택 임대 사업자의 상한선.
그제야 깨달았다.
첫째, 세금 혜택이라는 게 거의 없었다. 일반 임대사업자보다 재산세가 고작 3만 원 정도 저렴할 뿐이었다. 1년에 커피 일곱 잔 값.
둘째,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것... 임대료를 5%밖에 올릴 수 없다는 법적 제약.
[이것이 바로 5프로의 덫이었다.]
"뭐? 5%요?"
중개사 사무소에서 확인했을 때, 경자는 믿을 수가 없었다.
"네, 주택 임대 사업자시잖아요. 5%까지만 올릴 수 있어요.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8년 의무 임대. 5% 상한. 계약 갱신 청구권.
조영달은 이런 것들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아니, 경자가 제대로 듣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달콤한 말들만 귀에 들어왔으니까.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다. 경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경자는 생각했다.
'기록하자. 내가 겪은 이 모든 일을. 그래서 적어도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실패하지 않도록.'
집에 돌아온 밤, 경자는 펜을 들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50대 중반의 평범한 주부입니다. 저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실패하지 마세요."
창밖으로 달빛이 쏟아졌다. 긴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5프로의 덫'에 걸린 한 여자의 기록. 실패했지만, 누군가는 이 기록으로 같은 실수를 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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