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하고 편안한 게 좋아서
큰 맘먹고 구매해 장롱에 모시는 일이 더 많은 명품백보다 편안하게 여기저기 자주 들 수 있는 에코백을 좋아한다.
행여 흠집이라도 날까 종일 신경 쓰이게 하는 명품백보다 걷다가 문득 앉고 싶을 때 잠시 깔고 앉을 수 있는 에코백을 좋아한다.
구매도 가격도 사용할 때도 상호 간 부담이란 게 없는 점이 좋고, 게다가 소소한 취향을 반영해 고르는 재미가 있다.
도저히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을 땐
나에게 과감히 선심을 써 두 가지 다 구매하여 기분과 날씨에 따라, 코디에 따라 바꿔든다.
이게 하나의 취향이 된 데에는
나의 활동반경이 대부분 도서관, 동네카페, 서점 정도인 점, 아무거나 다 넣어 다니는 보부상적인 면모,
걷기를 너무 애정하는 점 정도가 되겠다.
이건 비단 에코백에 그치지 않고
관계에까지 그 가지를 뻗었다.
화려하고 대접해야 하는 불편한 사람보단
수수하더라도 편안하고 익숙한 사람이 좋다.
아무나 예약할 수 없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테이블 가득 셰프의 요리를 먹지만 그보다 눈치를 더 배불리 먹게 만드는 사람보단
같이 편의점 라면 한 그릇을 나누어 먹더라도
맘껏 웃고 함께하면 마음 편안해지는 사람이 좋다.
한 해 한 해를 흘려보낼수록
편안함이 얼마나 귀하고 어려운 것인지를
인생의 순간마다 느낀다.
그래서 더욱 선명해지는 내 취향은
에코백스러운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