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가 만든 고독
도통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나의 속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는 편이 아니다. 삭히던가, 남몰래 울던가.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감정이
나를 지배할 때가 있다. 오늘만큼은 털어놓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그런 날.
카카오톡 목록을 스캔하고
연락처에 적당한 대상을 물색한다.
결과는 처참하다. 단 한 명도 나의 이런 상황과 감정을 들어주기엔 ‘적당하다’는 생각이 안 들기 때문이다.
친구 A는 첫째를 낳은 지 얼마 안 된지라, 지금 본인의 삶에 있어 가장 적은 수면시간과 이미 너덜 해진 멘털로도 버거울 것 같고, 친구 B는 최근 승진을 해서 새로운 직책을 견뎌내느라 매일이 고되고 치열할 것 같으며, 친구 c는 신혼의 깨소금 내가 sns전체에 진동을 하는데 혹시 나의 우울한 감정이 전이될 것 같아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핑계를 찾아 결국 자발적 외로움을 택한다. 오버스러운 설레발인 걸 안다. 그냥 연락해서 나 오늘 이런 일이 있었고 그래서 울고 싶다고 말하면 분명 어떤 식의 위로든 건네받을 걸 알면서도 못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
아무도 그러라고 한 적 없는데
혼자 너무 배려하고 눈치 보기 때문이다.
막상 나의 연락을 받은 이는 생각보다 더 반갑게 받아주고 어제 만난 것처럼 잠시 멀어졌던 사이를 좁혀오거나 나의 일상과 너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녹일 온기를 더할지도 모른다.
하필 오늘 같은 날,
연락할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이유는
나 자신의 배려를 가장한 회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