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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하필 오늘 같은 날, 연락할 친구가 없는 이유

스스로가 만든 고독

by haru

도통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나의 속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는 편이 아니다. 삭히던가, 남몰래 울던가.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감정이

나를 지배할 때가 있다. 오늘만큼은 털어놓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그런 날.


카카오톡 목록을 스캔하고

연락처에 적당한 대상을 물색한다.


결과는 처참하다. 단 한 명도 나의 이런 상황과 감정을 들어주기엔 ‘적당하다’는 생각이 안 들기 때문이다.


친구 A는 첫째를 낳은 지 얼마 안 된지라, 지금 본인의 삶에 있어 가장 적은 수면시간과 이미 너덜 해진 멘털로도 버거울 것 같고, 친구 B는 최근 승진을 해서 새로운 직책을 견뎌내느라 매일이 고되고 치열할 것 같으며, 친구 c는 신혼의 깨소금 내가 sns전체에 진동을 하는데 혹시 나의 우울한 감정이 전이될 것 같아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핑계를 찾아 결국 자발적 외로움을 택한다. 오버스러운 설레발인 걸 안다. 그냥 연락해서 나 오늘 이런 일이 있었고 그래서 울고 싶다고 말하면 분명 어떤 식의 위로든 건네받을 걸 알면서도 못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


아무도 그러라고 한 적 없는데

혼자 너무 배려하고 눈치 보기 때문이다.


막상 나의 연락을 받은 이는 생각보다 더 반갑게 받아주고 어제 만난 것처럼 잠시 멀어졌던 사이를 좁혀오거나 나의 일상과 너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녹일 온기를 더할지도 모른다.


하필 오늘 같은 날,

연락할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이유는

나 자신의 배려를 가장한 회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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