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로 시작해 시절인연으로 맺어지는 관계
“나 힘들어, 소주 한 잔 하자”
친구의 전화에 나갈 채비를 마쳤다.
5분도 안 걸렸다. 무슨 이유이든 얼마큼 심각한 일이든 중요치 않다.
혹여 그것이 술 한잔하고 싶은 핑계로 만들어 낸 힘듦이라도.
힘들다는 말에 달려 나와 줄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란 말이 있듯이, 내가 그 한 명이 되어 주고 싶었다.
누군가는 나를 거절 못하는 5분 대기조, 호구로 보기도 한다. 그것의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위로가 되고 싶은 진심이 전부이다.
그런 나의 마음을 상대에게까지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걸 안다. 머리로는.
누구나 그런 적이 있듯이 내게도 반복되는 지난함에 지쳐 위로가 필요한 날이었다.
그동안 10번 중 9번은 너의 힘듦에 어깨를 내어주었으니 오늘만큼은 넋두리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 가며 어렵게 건 전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의 의사를 내비친다.
겨우 이런 일로 못나 서운해하는 내 자신이 별로라고 느껴지면서도 내가 이거밖에 안되나? 아니 우리 사이가 이 정도야?라는 말이 목구멍을 맴돈다.
그렇다고 어린아이처럼 떼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서운함을 삼키고 넘어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진짜 친구에 대한 정의와 서글픔에 대해 생각을 정리한다.
돌려받지 못한 위로는 단순히 서운함이 아니라,
나눈 마음과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라서
마음이 시리다.
그러나 그 시린 마음도 이내 잔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