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의 밤

by 효경


스물한 살 “외국을 여자애들끼리 어떻게 가”라며 힘껏 반대하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내돈내산 첫 자유여행으로 일본 오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 손으로 직접 계획했던 일정들을 퀘스트 깨듯 하나둘씩 무사히 완수하고 서울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 밤.

무탈하게 여행을 마친 기념으로 함께 간 친구와 숙소 근처 작은 펍에 들어갔다.



우연히 들어갔던 작은 술집에서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로컬느낌을 내보고자 구글 맵도 찾아보지 않고 무작정 들어간 작은 펍의 사장님은 아주 젠틀한 미국인이셨고 뉴욕에서 오셨다고 한다.

그는 일본어를 매우 잘했다. 매. 우.

그리고 이곳은 내가 지금 일본인지 망각할 정도로 영국인, 미국인, 오스트리아인 등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있었다. 양쪽에서 정신없이 들려오는 다양한 나라의 언어들과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실내흡연까지...!

아직 이십 대가 낯설었던 나에겐 이런 모습들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본어도 못해, 영어도 못해, 그나마 할 줄 아는 건 핸드폰에 의지해 파파고 돌리기가 전부인 난 여기저기서 물어오는 질문들로 멘탈이 붕괴되기 시작할 때쯤

백발의 미국 사장님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라고 하셨다.


‘네….? 갑자기요….? 여기서요….?’


정신 차리고 앞을 보니 어느새 내 손에 쥐어진 'M.I.C'

'아 맞다! 나 보컬전공이지?‘

‘그래. 말로 나를 표현하지 못한다면 노래로 보여주겠어’ 라며 출처 불분명한 직업 정신을 불태웠다.



[Adele - Rolling in the deep]



세상에 모르면 간첩일 법한 노래를 예약한 후 알코올에 몸을 맡기며 노래를 마쳤다.

곧이어 박수세례가 쏟아졌고 여기저기서 듀엣요청과 아까보다 배로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오스트리아인 - “ I Love your voice. ”


나 - “ Oh, Thank you. ”


영국인 - “ Do you know Ariana Grande?

Let’s sing No tears left to cry together”


나 - “ Sorry, I don’t know that…… ”



많은 관심 속에 정신이 없어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불과 몇 분 전까지 그들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파파고에 의지하며 꾸역꾸역 대화를 이어나가던 것이 무색하게도 칭찬하는 말들은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우스웠다. 아마 그 친구들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영어로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나의 추측이다.

술에 취해 비록 혀는 꼬였어도 담백하게 칭찬을 건네었던 여러 나라의 친구들 덕분에 권태로웠던 노래와의 관계도 다시 회복할 수 있었고 계획했던 여행지에서는 얻지 못했던 여행의 참 맛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아 이런 맛으로 내가 노래를 시작했지!’

‘아 이런 맛으로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는구나!’



그렇게 오사카의 밤은 끝이 났고 나는 또 다른 오사카의 밤을 만나러 끊임없이 여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