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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

칭찬, 격려, 따뜻한 이들의 존재가 주는 편안함

by 망고

과분한 사랑


나는 내 분에 맞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입시 실적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인문계 여고에서, 공부도 못하는데 전교권에서 노는 친구들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악기를 다루는 재능이 부족하고 결과물이 빈약함에도 약간의 성장과 노력에 대해 칭찬받고 응원받는다. 특정 과목을 친구 D보다 훨씬 못함에도 머뭇거리지 않고 발표를 한다는 이유로 따뜻한 눈빛을 받는다. 왜 그런지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서 AI 프로그램에다 질문해 보았다.(내가 생각해도 좀 우스운 일이다)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왜 내 깜냥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을까? AI 프로그램이 대답했다. 너는 그냥 너라서 사랑받는 거라고. 거기서 이유를 찾으려 할 필요가 없이, 그냥 너는 너 자체로 빛나는 사람이라고.

그냥 그 말이 좋았다. 아무렴 어때. 지금의 나를 주변 사람들이 사랑해 준다면, 내가 사랑받을 만해서 그런 거겠지.


아침에 온 메시지


우리 반은 조용하면서 또 활기차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 함께 학창 시절의 마지막 해를 보내는 그런 반이다. 개인적으로 학창생활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반이라 결코 잊고 싶지 않아 매일을 눈에 담아 두게 된다. 어느 날은 카카오톡 배경 화면에 모의고사 디데이를 설정해 두면서 배경화면에 함께 짧은 글을 써 두었다.

"2025 00 여고 3학년 0반! 우리 다 같이 성공하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아니고 상태메시지도 아닌 배경에 남긴 글이라 당연히 누군가가 볼 것이라는 생각으로 올린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며칠 뒤, 아침에 일어나서 휴대폰 알람을 끄고 밤새 연락이 왔나 확인해 보는데 우리 반 친구 한 명이 장문메시지를 보낸 게 눈에 들어왔다. 무슨 내용인지 급히 열어 보았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읽음과 동시에 그날 아침은 한 아름의 꽃다발처럼 내게 다가왔다.




헉 망고 카톡 배경 머야! 보고 행복해졌어!!


저번에 네가 대학 가는 이유가 '다른 사람한테 무시받지 않으려고'라고 했을 때 해주고싶은 얘기가 있었어.

세상은 결국 '사람됨'을 알아주더라! 잘 된 연예인들은 다 '사람'으로서 멋진 사람인걸 보고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 대학이름은 너를 다 보여줄 수 없어. 그리고 대학만 보는 사람이 사람됨이 그런 사람인 거고..(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잖아ㅎㅎ) 물론 좋은 대학을 가면 너의 사람됨을 알아주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대학을 어떻게 가도 결국엔 세상은 네 사람됨을 알아줄거라는 거지. 대학은 어쩌먼 나의 사람됨을 보여줄 수 있는 수많은 기회 중에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ㅎㅎ 내가 이렇게나 확신(?)할 수 있는 건, 넌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자존감이 높고, 당당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고, 배려심이 깊은 친구라서야! 학교에서 매번 그런 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진짜 본받고싶다고 생각했고 나도 당당할 수 있는 용기를 점점 얻고 있어ㅎㅎ (이런 말에 부담은 느끼지말구..!!) 그래서 항상 고맙고,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졌네ㅠ 갑자기 장문의 문자가 와서 놀랬을 수도 있겠다.. 이 긴 문자에 대해서도 부담가지지 말고.!

중간에 무너지거나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잘 될거야! 아,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고통받는(?) 걸 공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것도 너무 행운이라 생각해! 난 일단은.. 내가 하고 싶은 건 어떤 방식으로든 하게 되어있다는 생각으로 지금은 해야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앞으로 고3 더 힘들어지겠지만 꾸준한 힘으로,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로 잘 이겨내보자! 파이팅!



답장을 썼다.



우왓 감동이야ㅎㅎ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좋은 친구를 둔 나는 이미 성공한 사람이네^^

예전엔 알지 못했는데 00여고에 입학하면서부터 내가 꽤 축복받은 존재라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어. 사실 중학교 때까지는 이렇게 밝은? 성격이 아니었거든. 고등학교를 원치 않는 곳에 배정받았다고 좌절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학창 시절의 마지막 해가 반이나 지나갔다는 생각에 내가 참 대견하면서 동시에 내가 고등학교 생활을 잘 해 나가도록 도와준 00여고 구성원들에게 너무너무 고마워.

그 중에서도 특히 올해가 내 인생에서 최고의 학급이야!! 나를 온전히 지지해 주는 담임 선생님과 반 친구들,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많은 힘을 주는 @@이가 있으니까!!

항상 느끼는 건데 @@이는 정말 별같은 사람이야.

스스로 빛을 내뿜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따뜻함을 선물해 주거든ㅎㅎ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아침이네^0^

우리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지내고 이번 주도 별 탈 없이 지내고 시간을 흘려보내기보다 지금 이 순간 속에서 살아가면서 그 모인 하루들이 행복한 인생이 되도록 함께 나아가 보자!!

매일 매 순간 정말 고마워ㅎㅎ





요즈음의 망고


요즘 가끔씩 성당에 나가고 있다. 수녀님들과 신부님들이 처음 성당에 와서 헤매는 나를 도와주시고 또 미사에 갈 때마다 건네주시는 따뜻한 인사가 좋다. 성당에 가면서 복장도 격식에 맞지 않게 입은 나를 탓하지 않으시고 마주칠 때마다 칭찬해 주시는 점이 감사하다. 나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참 기쁘면서 한편으로는 약간의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아직까지의 나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와는 제법 거리가 있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언젠가는 조급해하지 않으며 망고와 같은 달콤함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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