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정리하며.
어느덧 9월 2일이다. 내일 9월 모의고사를 치른다. 교실의 분위기는 꽤 차분하다. 수시지원카드도 대부분 다 쓴 상태이고 수시로 가고자 하는 아이들 중에서는 최저만 맞추면 되기에 여유롭게 모의고사를 준비하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8월에 골치 아픈 일이 좀 크게 있었다. 경찰서에 가서 고소를 하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잘 마무리되었다.
다시 자율학습을 시작했다. 아빠한테 자율학습을 마치고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집에 오는 길에 아빠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올해 상반기에 내가 공부를 안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작년의 일 이후 부모님은 공부하라는 압박을 전혀 안 주시고 있다. 공부를 하고 말고는 오로지 내 선택에만 달려 있는 것이다.
사실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는 거지, 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에 내가 공부를 했는지 그 여부 말고도 있었던 일,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뭐. 새삼스럴 일도 아니다. 나는 언제나 좋았던 일들만 기억하니까. 좋은 추억이 아니었던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는 건 내가 즐겨 사용하는 방어기제이다. 특정 시기의 기억이 또렷하지 않으면 그리 좋은 시간들은 아니었겠거니 생각하며 넘긴다.
이번 주말부터 성당에서 예비자교리 수업을 듣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찾아간 성당이었지만 10년 이상을 살아오던 동네라 그런지 아는 사람이 많았고, 친구들의 엄마도 많이 다니고 계셨다. 그분들 가운데 한 분의 도움으로 예비자반 신청을 했다.
모태신앙이면서 반 냉담자인 같은 학교 친구가 있다. 내가 성당에 간다고 할 때마다 성당이 재밌냐며 놀라는 친구다. 그 친구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성당이 좋다고만 대답했다. 이번 예비자교리반 소식을 전해 준 것도 그 친구이다.
작년에 대학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했을 때였다. 가톨릭계 병원이라 달력에 가톨릭 축일이 표시되어 있고 진료실 벽에는 십자고상이 걸려 있었다. 입원 첫날, 1인실을 사용해 병실 바깥에도 나가지 못하던 날 오전 8시 30분쯤. 아침식사가 끝나고 벽에 달린 스피커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톨릭 아침기도였다. 그때 나도 모르게 손을 모았다.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때를 잊지 못한다. 이상하리만치 차분해지던 그날 아침의 냄새가 아직도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그래서 내가 성당에 다니기로 결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