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잿빛천사(4화) - 지켜보는자(1/2)

by 장발그놈

가장 빛나던 천사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고통에 깊이 연민하며 규칙을 어겼고, 감정에 휘둘려 천상에서 추락했다.

그의 날개는 검게 물들었고, 천사들은 그를 더 이상 동료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인간 세계로 외롭게 세상을 떠돌았다.

천사도, 악마도 아닌 존재로 그는 이성과 감정 사이의 균형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그가 깨달음과 조화를 얻어 회색빛 날개로 변화한 뒤에도, 그를 둘러싼 고독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천사들에게 돌아갈 수도, 인간이 될 수도 없었다.


그의 이야기는 지옥에도 전해졌다. 대부분의 악마들은 그를 조롱했다.

“한심하군. 천사의 자리도 잃고, 악마가 되기에도 어설프다. 그저 감정에 빠져 자신을 망친 자일 뿐.”


그러나 조용히 어둠 속에서 인간의 세계를 지켜보던 한 악마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는 처음부터 그 천사를 보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 빛을 잃고 추락하던 순간, 불타듯 까맣게 변해가는 날개, 땅에 발이 닿는 소리, 그리고 끝내 회색빛으로 변해가는 모습까지...

모든 장면을 눈에 담았다.


그러나 그는 그때마다 천사의 마음속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분노였을까?, 후회였을까?, 아니면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을까?

악마는 오직 자신이 본 광경만을 통해 그를 판단해야 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그가 잃은 것과 얻은 것이 무엇인지를...

그는 흥미로워하며 중얼거렸다.

“그가 정말로 어리석은 것일까?

아니면, 천사가 가질 수 없는 감정을 이해한 유일한 존재일까?

그의 회색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악마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 장면들을 떠올렸다.

하늘을 찢듯 추락하던 빛의 잔해, 그리고 불에 그을린 듯 순백의 날개가 서서히 검게 물들어가던 모습.

깃털 하나하나가 타들어가 연기처럼 흩날릴 때, 그는 천사가 모든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그 완전한 어둠 위로 은은한 회색빛이 번져갔다.

처음에는 착시인 줄 알았지만, 검은 날개 끝에서부터 스며오르는 잿빛은, 과거의 상처와 새로운 결심이 한 날개 안에서 공존하는 듯 보였다.

“왜 그는 그렇게까지 규칙을 거슬렀을까?

그 선택이 모든 것을 잃게 만들 걸 몰랐을 리 없는데...

대체 무엇이 그를 움직였던 거지?

그가 본 인간의 고통은, 나조차 외면할 수 없는 무언가였던 걸까?”


악마는 낮게 웃었다.

“완전히 타락한 것도 아니고, 다시 복귀한 것도 아니지...

천사가 될 수도, 악마가 될 수도 없는 모습이라니?

그가 왜 이런 변화를 겪었는지... 미치도록 알고싶군.”


그는 한동안 언덕 위의 잿빛 날개를 바라만 보았다.

멀리서 관찰하던 지난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처음엔 그저 바라만 보았다.


하지만 회색빛 날개를 마주한 순간, 단순한 흥미가 아니라 목을 조이는 듯한 답답함이 밀려왔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서는 이 호기심을 해소할 수 없었다.

keyword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