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친구들과 게임하는 걸 너무 좋아했다.
어느날 게임에서 꼭 필요한 아이템을 사기 위해 아빠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소년의 아빠는,
“필요한 게 있으면, 네 용돈에서 조금씩 모아보렴. 아빠도 필요한게 있으면 돈을 아끼고 모은단다.”
소년의 어깨가 축 쳐졌다.
'아... 이번에 나온 아이템 정말 멋지게 생겼는데 언제 모으지?'
아빠의 말이 못마땅했지만, 필요한 아이템을 위해 결국 용돈을 아껴서 모았다.
과자도 사지 않고, 작은 장난감도 참아내며, 저녁마다 아빠의 구두를 닦고 엄마의 심부름을 하였다.
며칠 뒤, 모아 둔 돈을 아빠에게 내밀며 말했다.
“아빠, 다 모았어요. 이 돈으로 아이템 사 주세요.”
아빠는 망설임 없이 소년의 돈을 받아 들고, 결제를 해주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소년은 한 푼도 남지 않은 용돈 때문에 고생해야 했다.
친구들이 맛있는 과자를 먹을 때, 소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꾹 다물었다.
운동 후에 마시는 시원한 음료수 대신, 집에서 챙겨온 물통의 물을 홀짝였다.
괜찮은 척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서운했고, 아빠가 밉기까지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 다시 용돈을 받는 날이 되었다.
엄마에게서 용돈을 받은 소년은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런데 그 순간, 옆에 있던 아빠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이번에는 게임 아이템 안 사니?”
소년의 마음속에 지난 일주일 동안 참았던 서운함이 터져 나왔다.
“아빠! 나 저번 주 내내 아무것도 못 하고 꾹 참았어요!
이제 게임 아이템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구요!”
소년의 눈가에 물방울이 그렁그렁하게 맺혔다.
아빠는 그런 소년을 보며 미소 지었다.
아빠의 그 미소가 얄밉기만 했다.
그날 밤,
자려고 침대에 걸터 앉은 소년에게 아빠가 다가왔다.
손에는 작은 봉투가 들려 있었다.
“이건 뭐예요?”
소년이 묻자, 아빠는 그저 '열어 보렴'하고 말하며 방을 나갔다.
그 안에는 게임 아이템 쿠폰과 함께 쪽지가 들어 있었다.
내 사랑하는 아들아,
아빠한테 서운했지?
너의 소중한 돈을 쓰면서 네가 진짜로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했을 거야.
너에게 무엇이 진짜 필요한지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는 법을 알았으면 좋겠다.
네가 그걸 배웠기를 바라며, 아빠는 네 기쁨도 함께 지켜주고 싶었단다.
사랑한다.
소년은 쪽지를 읽고 가만히 아빠의 마음을 생각했다.
아빠는 고약한 심보를 가진 게 아니라, 자신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아빠, 고마워요.”
아빠의 사랑은 때로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진심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