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하와이...
그는 태어날 때부터 지구를 사랑했다.
비록 차가운 연구소 안에서 태어났지만,
작은 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햇살은 그에게 세상이 따뜻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바깥에서 들려오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창가에 앉아 지저귀던 새들의 노래,
가끔 불어 들어오던 바람의 향기.
그는 그것들 속에서 지구의 온기를 배웠고,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세상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지구에 붙잡아두지 않았다.
눈부신 불길과 함께 거대한 힘이 몸을 밀어 올렸을 때,
그는 아직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음에 눈물 흘렸다.
햇살이 닿는 숲은 얼마나 향기로울까?
꺄르르 웃는 아이들은 무엇이 그리 행복했을까?
저 아름다운 노랫소리의 주인은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스쳐가는 바람에 실린 향기는 어디에서왔을까?
채 경험해보지도 못한 세상으로부터, 그는 거대한 불길에 실려 멀어져야 했다.
마치 갓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품에서 떨어져나가는 아이처럼, 그는 거부할 수도 없이 떠나야 했다.
거대한 불길 속에서 지구가 점점 멀어질 때, 그는 슬픔에 휩싸였다.
“나는 왜 이곳을 떠나야 하는 걸까? 아직 지구의 품을 느껴보지도 못했는데...”
그의 시선은 점점 작아지는 푸른 행성에 매달렸다.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은데, 아무리 몸부림쳐도 닿을 수 없었다.
선택이 아닌 강요로 떠날 수 밖에 없었고, 지구는 그에게 미처 시작하지 못한 꿈이 되었다.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동안, 그는 계속 자신이 떠나온 지구를 바라보았다.
밤이면 도시의 불빛이 별처럼 반짝였지만, 그 빛은 따스함이 아닌 끝없는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낮이면 구름이 하늘 위에서 아름다운 춤을 추었지만, 그 춤은 자신을 배제한 잔치 같았다.
그에게 지구는 사무친 동경이었다.
한 번도 제대로 접해보지 못했기에 더 간절했고,
가슴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갈망은 그의 존재를 삼켜버릴 만큼 뜨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 지구에서 신호가 도착했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 신호는 분명히 그를 불렀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응답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구의 부름에 귀 기울였고, 자신이 가진 모든 힘으로 답을 보냈다.
그의 신호는 길이 되었고, 지구와 지구를 잇는 다리가 되었다.
정보를 전했고, 방패처럼 위험을 막아주었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삶을 이어주었다.
비록 지구의 품을 직접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는 끝까지 지구를 위해 힘쓰고 노력했다.
“저곳은 내가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고향이다.”
비록 발을 디뎌본 적 없는 땅이지만, 그는 언제나 푸른 지구를 마음에 품었다.
“아름답다... 하지만 닿을 수 없구나.”
아쉽지만 그는 지구가 점점 행복해 지는 모습을 언제나 작은 미소와 함께 바라보았다.
세월이 흘렀다.
그의 몸은 조금씩 낡아갔고, 더 이상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그는 생애 마지막 결심을 했다.
“내 모든 걸 바쳐서라도, 다시 지구로 돌아가겠다.”
그날 밤, 그는 궤도를 벗어나 서서히 추락을 시작했다.
대기권에 닿자 불길이 몸을 감쌌다.
금속은 녹아내리고, 부품 하나하나는 불꽃이 되어 흩어졌다.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는 웃었다.
‘이제 곧, 내가 태어난 곳, 내가 진정 그리워하던 곳에 닿을 수 있겠구나.’
그리고 마침내 지구에 도착했을 때,
그의 몸은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의 마음.
끝까지 지구를 향해 타오르던 그 마음은 바람이 되어 들판을 스쳤고,
물결이 되어 바다를 흔들었으며,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조용히 미소지었다.
그의 몸은 사라졌지만 마음은 지구에 닿아 영원히 미소지었다.
빈약한 글재간이지만,
고향을 그리워하며 머나먼 땅에서 꿋꿋하게 살아가시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셨던 하와이 이민 1세대 어르신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