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목
매일 아침 출근길
버스 정류장 앞에 서있는 나무 한 그루.
어쩜 저렇게 예쁘게 자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멋스러운 모양새로 이목을 끌었었다.
곧게만 서있는 다른 나무와 달리
곡선을 그리며 위안의 그늘을 만들고 있던 나무였다.
그렇게 매일 감탄만 하며 지나가던 어느 날
평소보다 조금 이르게 정류장에 도착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있는 그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였다.
예쁘게 뻗기 위해서였을까
가지마다 철근에 묶여 있었다.
원래의 모양은 어땠을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작은 가지 하나도 모두 얽매여 있었다.
사람의 손으로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었을 모양이라 생각하니
마냥 예쁘게 바라봐도 되는 걸까 하는 죄책감이 들었다.
너의 의지였을까.
너는 어디로 어떤 나무로 자라고 싶었을까?
그렇게 이른 새벽 출근길 나무 하나에 나를 빗대어 보았다.
나는 어떻게 자라나고 있을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을까.
저리 예쁘고 도드라지게 관심받으며 서있는 나무는
행복할까.
차라리 괜한 걱정이면 좋겠다는 오지랖까지 이어졌다.
인간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이 마음은 서로의 연민이라 여기면 될까.
이리저리 묶여 누군가의 위안이 되어주는 너를
어여쁘게 바라보는 내 마음 하나로
나는 너의 위안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도 누군가의 위안이라 믿어도 될까.
너는 오늘도,
나의 아침을 푸르게 만들어 주었어.
그러니 그 곡선 안에 담긴 슬픔이
슬픔만으로 기억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