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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었던 것 – 백일홍처럼

형형색색 하루를 살아내는 법

오늘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보기로 했어요.


딱히 대단한 이유는 없었고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지만

아침엔 갑자기 걷고 싶어서 길을 나섰고

점심엔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갔죠.


그 순간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계획 없이 움직였어요.

정해진 목적이 없었기에

가볍고, 편안하고, 조금은 자유로웠어요.

하루가 꼭 의미 있어야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저 오늘은 나를 따라가본 하루였어요.




길가 한켠,

햇빛을 가득 받은 자리에서

백일홍이 한창 피어 있었어요.

진한 붉은빛, 연분홍, 보랏빛까지

정해진 규칙 없이 피어난 그 모습이

오늘의 나와 어쩐지 닮았더라고요.


누가 봐도 제멋대로지만

그 안에 분명한 생기와 색이 있었어요.

하루를 오롯이 나의 리듬으로 살아낸다는 건

사실 꽤나 용기 있는 일이잖아요.


나는 오늘,

그냥 그런 삶을 조용히 연습하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계획이 없었기에 가볍고,

가볍기에 마음이 들여다보였던 하루.


사람들이 말하는 의미 있는 하루가

꼭 정해진 목표 아래 있어야 한다면

오늘의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게 없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상하게,

백일홍 앞에 멈춰 선 그 순간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우리가 피어나는 순간은

딱히 거창하지 않아도 되는지도 몰라요.


혹시, 오늘의 당신도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한 하루였나요?

그렇다면 그건,

당신이 자기 마음을 따라 걷고 있었다는 증거일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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