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저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예쁘구나.
몇 년 만에 갈대 구경을 가서
흔들리는 갈대를 가만히 바라봤어요.
너는 그저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예쁘구나.
일렁이는 바람에 몸을 맡긴
네 모습에 비춘 여유가 부러워서였을까.
바람을 피하지 않는 용기가 부러워서였을까.
키보다 높이 자라 있지만
나보다 가녀린 너.
그렇게도 흔들리면서 부러지지 않는 이유는 뭐야?
하는 마음에 한참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 갈대와 같은 바람을 맞이하고 와서일까요.
오늘은 버티는 대신, 조금은 흔들리기로 했어요.
흔들리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게
어쩌면 진짜 균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바람이 불면 그대로 느끼고,
멈춰서 바라보다가, 다시 나를 일으켜 세워요.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니라
흔들리며 리듬을 되찾는 일이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바람이 잦아든 뒤, 갈대는 다시 고요히 서서
휘어진 자리마다 스며든 바람의 온도를 가만히 머금어요.
흔들림은 나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
나를 다시 서게 했다는 걸 느끼면서요.
나도 그렇게, 다시 서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오늘도 바람은 지나가겠죠.
하지만 그때마다 나도 갈대처럼,
조금은 흔들리고, 다시 고요히 서 있을 거예요.
그렇게 모든 것을 느끼며
살아가려 해요.
흔들리며 배운 건,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건 바람이 아니라,
그 바람 속에서도 다시 서는 나 자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