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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서툴렀을 때

사랑을 건네는 순간


사랑을 건네는 순간을 좋아해요.
사랑이라는 이름 안에 들어있는 모든 마음을 되려 사랑해요.
사랑하기에 행하는 행동 역시 아름답다 여기거든요.


나는 요즘 이 마음을 식물에게 건네고 있어요.
내 손으로 흙을 걷어내고 씨앗을 심었기에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이 대견했죠.

파묻혀 있던 고개를 작게 치켜들었을 때,
살아낸 당사자들보다 내가 더 행복해 했어요.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이 귀여워
무럭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죠.


매일 물뿌리개를 들고 옥상으로 향했어요.
남들은 모르겠지만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게
내 눈에는 망원경으로 확대하듯 크게 보였거든요.


한 달여 동안 원래 있던 자리가 부족할 만큼 커버렸더군요.
일단 심어두고 커지면 그때 가서 옮기지! 하는 마음이었어요.


아니, 사실은 빨리 커서
어서 옮겨달라고 말해줘! 하는 마음이었죠.
그 바람이 너무 잘 전달되었을까요.
생각보다 빠르게 커버린 새순들을 옮겨주어야 할 때가 되었어요.


기쁜 마음에 집 안에 있는 모든 화분을 꺼내었어요.
그리고 필요한 재료를 양손 가득 사들고 와 분갈이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마음이 너무 앞서버렸을까요.


흙은 너무 많았고,
물도 양이 가늠되지 않아
고르게 스며들지 못하고 말았어요.


탄탄하게 솟아오르던 새싹들이
하루 이틀 사이에 고개를 숙여 버렸거든요.
푸르던 잎들이 흙 속으로 파묻히고,
기운 없던 줄기들은 땅과 평행이 되었어요.


그 모습을 보는데
괜스레 미안하고 울적한 기분이 들었어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그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
상대의 리듬에 맞지 않았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내가 줄 수 있는 만큼이 아니라,
그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식물은 자라지만,
그 자람의 속도도,
뿌리를 내리는 방식도 저마다 다르다는 걸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건 식물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자주 잊게 되는 일이죠.


조금만 더 기다려줄 걸.
조금만 더 관찰할 걸.


사랑은 때로,
무엇을 해주는 것보다
무엇을 참아주는 일에서 더 깊어질 수 있음을
식물에게서 배워요.


그래도 괜찮아요.
이제 다시, 조금 더 천천히
함께 균형을 찾아가 볼 거예요.


나는 아직 서툴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은,
진심이니까요.


모든 사랑이 무리없이 자라나는 순간이

오늘의 당신에게 닿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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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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