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드디어 한 시간을 걷다

by Jay

처음에는 수영복을 입는 것조차 힘들었다. 엄마를 붙잡고 요리 저리 해보면서 기술을 습득했고 절대! 미끄러지지 않겠다는 마음가짐과 신중함을 늘 가지고 수영장에 갔다. (미끄러지면 사망이야!)

수영장의 걷기 레일은 이미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가득 차있었고 유일한 20대인 나는 거기서 엄마 따라온 효녀 포지션으로 매일 40분, 50분씩 걸었다.


다행히 물속 걷기는 효과가 있었다.

일단 부하가 덜 걸려서인지 아니면 차가운 물 때문인지 다리의 저림은 느껴지지 않았고 (물론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아팠음) 할머니들이랑 엄마랑 떠들면서 걷다 보니 밖에서 걷는 것보다 오래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새벽에는 수영장에서 걷기를, 매 점심 저녁에는 엄마와 탄천 걷기를 시작했다.


고통이 순차적으로 꾸준히 줄어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느 날은 괜찮아서 "엄마, 나 오늘 컨디션 좋아 별로 안 아파" 하면서 같이 30분을 걷다가도 다음날 바로 너무 아파서 5분도 못 걷는 생활은 평소 무던하던 나에게도 큰 우울을 가져다주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고3이었던 남동생이 오래간만에 독서실에서 일찍 돌아온 날, 저녁 산책을 같이 가자며 나갔지만 나간지 5분도 안 돼서 다리가 너무 아파왔고 그게 너무 억울하고 짜증이 나서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엉엉 울었다. 그렇게 그날은 그냥 울면서 걸었다. 동네 사람들이 보기에 내가 얼마나 이상해 보였을까..ㅎㅎ


치료하는 내내 다리를 잘라버리고 싶었던 날도, 그냥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지배하는 날도 있었지만 내 옆에 있어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오래 할 수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 악물고 매일 꾸준히 나아지기. 내가 하고싶은 것들만 바라보며 버티기. 그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족들에게, 특히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옆에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보면서 같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계속 주사는 꾸준히 2주마다 맞았다. 주사와 걷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나아졌지만 여전히 일상으로의 복귀는 어려웠고 그렇게 4개월이 흘러 2월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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