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이야기
이혼 후의 삶은 낯선 길을 홀로 걷는 것 같습니다. 결혼을 끝내는 과정만으로도 엄청난 감정의 폭풍을 겪게 되는데, 그후에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거칩니다. 우선 이혼을 했다는 사실이 당신의 정체성이 되어버립니다. 직장에서도, 동네 커뮤니티에서도, 심지어는 아이의 학교 행사에서도 이혼녀라는 프레임은 쉽게 벗겨지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조심해야 할 말과 행동이 늘어나고 스스로를 검열하는 횟수도 늘어납니다.
게다가 세상이 보내는 시선은 전보다 훨씬 복잡해집니다. 툭 던지는 말 한 마디, 아무렇지 않은 표정 뒤에 숨겨진 판단, 그리고 묵묵히 쏟아지는 침묵의 무게까지. 그 시선들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아픔을 지나왔는지에 대한 이해보다 이혼녀라는 단어에 가두려 합니다. 당신이 실패한 존재인 것처럼요. 그 시선에 담긴 건 연민도 아니고 진심도 아닌, 편견이라는 이름의 모욕일 때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직장에서, 심지어는 가족 안에서도 당신이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는 식의 기대가 있습니다. “이혼했으니 넌 더 조심히 살아야 해."라는 말들은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을 더 작고 위축되게 만듭니다. 그렇게 자꾸만 당신은 불필요한 설명을 하게 되고,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게 됩니다. 단지 혼자가 되었을 뿐인데 세상은 그 ‘혼자’라는 이유 하나로 수많은 기준을 들이밀고 거기에 맞춰 살아야 할 것을 강요합니다.
또 하나 큰 어려움은 '외로움'입니다. 아무리 스스로를 다독이고 강해지려고 해도 외로움은 삶의 구석구석에 스며듭니다. 힘들 때면 그 외로움은 더욱 선명해지고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만 떠오르기도 합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그리워질 때도 있고, 고된 하루 끝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간절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외로움은 단지 누군가가 곁에 없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내가 누구에게도 온전히 기댈 수 없다는 현실에서 비롯됩니다. 심지어 가까운 친구나 가족조차도 외로움의 깊이를 이해해주지 못할 때 더욱 고립감을 느낍니다. 나 혼자 세상에 남겨진 것 같은 감정이 가슴속에 무겁게 자리를 잡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어떤 남성들은 이혼 여성을 ‘쉽게 대할 수 있는 존재’로 보는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이혼했으니 외롭겠지”라는 일방적인 상상 속에서 접근하며 마치 감정의 빈틈을 노리는 듯한 태도로 다가옵니다. 그런 눈빛과 말투를 알아차릴 때마다 마음은 얼어붙고, 사람들과 다시 잘 지내고 싶던 바람조차 움츠러들게 됩니다. ‘또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인간관계를 경계하게 하고, 그러다 ‘혼자인 게 낫겠다’는 체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살아냅니다. 그리고 그 살아냄은 작고 소박한 희망의 증거입니다. 단단하게 웃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주저앉아 울고, 속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진짜 강함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이해 없이도 스스로를 이해해보려는 시간, 다시금 내 삶의 리듬을 찾아가려는 하루하루가 바로 나를 지켜내는 힘이 됩니다. 외로움 속에서도, 무례한 시선에도,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결국 내가 살아가야 할 삶이기에 우리는 계속 앞으로 걸어야만 합니다.
이혼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입니다. 그 시작은 고되고 불안정할 수 있지만 동시에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삶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합니다. 나를 무너뜨리던 관계로부터 벗어난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큰 결정을 해냈습니다. 이제는 조금씩 나 자신을 다시 사랑하는 방법, 내 마음을 지키는 방식을 배울 시간입니다. 당신의 삶이 결혼과 이혼 사이 어딘가에서 멈춘 게 아니라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삶의 주인공이 여전히 당신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누군가는 오해하고, 누군가는 얕볼지 몰라도 당신은 스스로를 채울 수 있습니다. 혼자라는 외로움을 견디는 법도, 사람을 다시 신뢰하는 법도 다시 배우게 될 겁니다. 무엇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그런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잘하고 계신 겁니다. 삶은 여전히 낯설고 거칠지만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계속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지금의 이 상황이 더 이상 당신을 규정하지 않는 날이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