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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기초 강의] 1. 정신분석은 무엇인가?

심리학 이야기

by 이상혁 심리상담가

안녕하세요, 심리상담가 이상혁입니다. 정신분석은 심리상담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접하게 되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그 오랜 역사와 깊이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복잡한 용어와 추상적인 개념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학문’이라는 인상을 받기 쉽죠. 그래서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나 자신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브런치에 [정신분석 기초 강의] 시리즈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내 마음은 왜 이럴까?” 하고 묻는 순간이 있죠. 저는 상담가로 일하면서, 우리 내면을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마음이 훨씬 편안해진다는 것을 자주 경험합니다. 그럴 때 정신분석이 도움이 되죠. 본 연재는 복잡하기만한 정신분석을 보다 편안히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씁니다.


차 한 잔 하시면서 느긋하게 읽어 주세요. ☕️




정신분석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 이론이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태어났고, 무엇을 이룩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19세기 말 유럽 사회는 눈에 보이고 측정 가능한 것만을 진짜로 받아들이던 시대였습니다. 의학은 온전히 신체 중심이었고, 마음의 문제나 감정의 고통은 드러나지 않으니 실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경시되곤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프로이트(Sigmund Freud)’라는 한 의사가 사람들의 기묘한 증상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무 이상이 없는데 몸이 굳어버리거나, 이유 없이 공포가 밀려오거나, 특정 기억만 통째로 사라지는 일들이 벌어졌던 거죠. 기존 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이 현상들 앞에서 프로이트는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영역에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당시로서는 대담하고 파격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질문이 바로 정신분석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프로이트가 가장 먼저 발견한 사실은 우리가 인식하는 마음의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훨씬 넓고 깊은 영역이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무의식’이죠. 그는 무의식 속에 무수한 감정들, 기억들, 욕구와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도 일상의 많은 장면에서 이 무의식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납니다. 별것 아닌 말에 유난히 상처 받는 이유, 비슷한 관계 문제를 되풀이하는 이유, 꿈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이 나오는 이유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프로이트가 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세상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죠. 우리의 의식 너머에, 그 보다 훨씬 거대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패러다임이 수용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렇다면 정신분석은 무의식을 어떻게 다루고 치료할까요? 정신분석은 마음을 억지로 파헤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내담자가 자유롭게 떠올리는 생각과 감정, 반복되는 말의 습관, 꿈, 치료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패턴을 천천히 살펴봅니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는 자신도 몰랐던 마음의 흐름, 과거에 받았던 상처, 늘 반복해온 방식들을 점점 알아차리게 됩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상담가와의 관계 속에서 내담자의 과거 관계의 흔적이 되살아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느꼈던 두려움이나 실망, 혹은 기대 같은 것이 상담가에게 재현되기도 합니다. 정신분석은 바로 그 순간을 중요한 재료로 삼습니다. 과거의 감정이 현재의 관계 속에서 다시 펼쳐질 때, 내담자는 그 감정의 진짜 의미와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훨씬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해가 쌓이면 사람은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이 곧 변화이자 치유가 됩니다.


정신분석이 등장한 지 긴 세월이 지났지만 그 영향력은 지금도 심리치료 전반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의 여러 치료 방식들, 예를 들면 감정에 집중하는 치료, 관계 중심 치료, 애착 이론 기반의 상담 등은 모두 “인간의 마음은 의식적인 생각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정신분석의 기본 가정을 받아들이며 발전해왔습니다. 사람의 감정과 행동에 반복되는 패턴이 있고 그것이 과거 경험에서 만들어졌다는 관점을 채택한 거죠. 이는 프로이트가 제기했던 질문이 아직도 유효하며, 그 질문이 현대 심리학의 기초적인 토대를 이루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종합하자면, 정신분석이란 보이지 않는 마음의 역동을 이해하려는 시도입니다. 우리가 왜 이런 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그 기저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과정입니다. 그러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더욱 편안하게, 더욱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정신분석은 단순한 이론을 넘어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관점’입니다. 이 방식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파격적으로, 때로는 잔잔하게 진행되지만, 그만큼 깊이 있는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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