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재산공제
점심 지나서 톡이 하나 왔습니다. “회계사님, 아버지한테 1억 원, 어머니한테 2억 원을 받기로 했는데요. 그럼 증여공제로 각각 5천만 원씩 해서 총 1억 원이 공제되는 거 맞죠?” 얼핏 보면 참 그럴듯한데, 사실 여기서 다들 한 번씩 헷갈리곤 합니다. 증여세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당 공제’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증여세를 계산할 때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부분은 ‘누가 줬느냐’보다 ‘누가 받았느냐’입니다. 세법은 수증자(받은 사람)를 기중으로 두고, 증여자(준 사람)를 [배우자, 직계존속, 직계비속, 기타친족] 네 개의 '그룹'으로 분류합니다. 그러니까 아버님과 어머님은 각각의 개인이 아니라 '직계존속'이라는 하나의 그룹으로 봐야하는 셈입니다. 그룹별 공제를 쉽게 말하자면 10년기간 동안 그룹 당 허락된 공제 쿠폰은 딱 하나뿐입니다.
“그럼 아버지한테 증여 공제를 받았으면, 엄마한테 받을 때는 공제액이 0원이라는 말씀인가요?” 이런 질문이 많지만, 안타깝게도 대답은 “네”입니다. 직계존속 그룹의 공제 한도인 5,000만 원은 10년치 통합 한도입니다. 아버지가 먼저 1억 원을 주시면서 공제 5,000만 원을 써버렸다면, 그 뒤에 어머니가 주시는 2억 원은 공제의 혜택을 단 1원도 받지 못한 채 전부 과세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동일인 합산’을 이해해야 합니다. 증여세법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동일인으로 봅니다. 아버지가 주신 돈과 어머니가 주신 돈을 하나로 묶어서 세금을 다시 계산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공제는 한 번뿐인데 받는 돈은 커지니, 세율 구간이 올라가면서 세금 부담은 예상보다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며칠 전에는 결혼을 앞둔 자녀에게 전세 자금을 보태주려던 한 대표님도 비슷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부모가 각각 따로 주면 공제가 두 번 되는 줄 알고 자금 계획을 세우셨다가, 제 설명을 듣고는 계획을 변경하셨습니다. 증여는 단순히 마음이 앞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증여하는 분과의 관계, 받는 이의 거주자 요건,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의 증여내역을 보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증여는 마음이 급할수록 손해보기 마련입니다. '그룹'의 원리만 이해해도 억울하게 세금을 더 내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 자금을 지원받을 계획이 있다면, 10년 치 공제내역을 보고 어떻게 해야 가장 유리한지 시뮬레이션을 하고 진행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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