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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그리고 숨

사랑의 의미

by 숨고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다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어떤 사랑을 주고받았기에, 사랑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여기까지 온 내가 사랑에 관한 글을 쓰는 게 조금 주제넘은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생각들로 주눅이 슬쩍 들 때면 반항하는 아이처럼 용기를 내 글을 적어 내려가곤 한다.




숨 막히게 하는 게 사랑인 줄 착각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럴 때면 아파오고 옥죄여도 그게 사랑의 방식이라고 착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달랐다. 사랑하는 반려견에게 자유를 허락하되, 믿고 따라올 수 있게 길을 안내하듯. 그렇게 사랑은 상대의 자유를 허락하되, 나를 위해 더 무언갈 해내고 싶게 하는 거더라. 그저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지지해 주는 마음이었다.


'조금 더 길어졌다면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었을 텐데.' 후회가 남는 사랑도 있고, '조금 빨리 끝을 맺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남는 사랑도 있다. 여러 가지의 타이밍과 기회들 속에서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은 다른 방향이지만 같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난대도 똑같은 시간에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사람은 참 사랑 앞에서 미련스러워 지나보다.




대단한 것을 주려는 모습보다 더 좋은 사랑은 상대의 숨을 허락해 주는 게 아닐까 한다. 그저 삶의 무수한 선택지에서 내가 상대에게 항상 최우선이 아닐지라도, 잠시 잠깐 비켜주는 아량. 그런 넉넉한 기다림. 그 속에서사랑의 꽃은 피어난다. 둘이서 끈끈하게 붙어있고 엉켜있는 모양이 전부 다 사랑은 아니었다. 섣불리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성숙한 사랑이란 상대에게 자유를 허락해 주는 마음, 쾅 울리는 마찰음에도 사랑의 언어를 발견할 수 있는 여유. 그 여유를 만들어내 주는 마주함. 그 함께하는 시간의 양보다는 질. 그런 게 아닐까.




* 사랑시


당신을 가지면 온 세상의 풍요가 저를 가득 채워줄 거라 착각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잠시뿐인 풍요는 잠시이더라고요. 끝이 있는 만남은 언젠간 끝에 다다르더라고요. 사랑은 욕심으로 채워질게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어쩌면 끝을 이미 진작 읽은 책이었던 걸지도 몰라요. 알면서도 그 결말을 모르는 척, 처음 읽는 사람처럼 읽어 내려갔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사랑했다는 걸 당신이 모르기를.
사랑한다는 걸 당신이 모르기를.
나를 전부 다 아는 것 같은 당신이 모르는
내가 되기를. 이제 정말 남이 되기를.
깊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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