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 자신을 바라보기

by DJ

고요한 새벽 마음이 자연스럽게 조용해지고 생각이 멀리까지 트입니다. 그런 순간에는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미묘하고 복합적인지, 또 얼마나 쉽게 자신을 놓쳐버리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을 잘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은 그보다 더 총명한 사람이라는 오래된 말이 떠오릅니다. 이 말은 특정 문화나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수천 년 동안 반복돼 온 진리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손자의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불태”는 서로 다른 시대와 배경에서 태어났지만, 자기 이해, 자기 인식, 그리고 자기 성찰에 대해 같은 본질을 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익숙한 문장들 앞에서 문득 질문이 생깁니다. 나는 과연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입버릇처럼 듣던 말이지만, 막상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일상은 늘 빠르게 흘러가고, 우리의 관심은 밖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에서는 평가와 실적을, 집에서는 가족의 필요와 기대를 먼저 헤아리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는 일은 뒤로 밀리게 됩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강점을 발휘하고 어떤 순간에 흔들리는지, 어떤 분야에 오래 흥미를 느끼며 어디에서 쉽게 지치는지, 내가 가족을 대하는 방식은 어떤 습관과 감정에서 비롯되는지, 투자나 일에 대한 나의 결정 방식은 어떤 성향을 담고 있는지… 이런 질문을 꾸준히 던져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요.


우리는 종종 타인의 눈을 신경 쓰면서도, 정작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충분히 갖지 못합니다. 그래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메타인지 즉 “내가 바라보는 나”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 메타인지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능력이 아니라, 내 감정의 흐름, 사고의 습관, 행동의 패턴을 스스로 인식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더 현명한 선택을 하고, 외부의 자극이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가지게 됩니다.


자기 인식이 중요한 이유는 매우 실용적입니다. 부족한 점을 알면 고칠 수 있고, 잘하는 점을 알면 더욱 빛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나를 모르면, 고쳐야 할 것은 방치되고 잘하는 점은 묻힙니다. 결국 자기 이해의 깊이는 삶의 질과 연결됩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도 바로 이 ‘자기 이해’입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단점을 외면하려 하고, 때로는 작은 강점에 안주하거나 그 반대로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정확하게 보는 일은 어쩌면 타인을 이해하는 것보다도 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솔직해져야 하고, 때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직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은 멈춰 서야 합니다.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일의 속도를 늦추고, 바깥 풍경의 자연 앞에 서면 더 좋습니다. 그 순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에서 기쁨을 얻는가?
나는 어떤 상황에서 흔들리고, 어떤 환경에서 중심을 되찾는가?


이 질문들은 때때로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질문들이 바로 나를 진짜 나에게로 데려다주는 안내표지입니다. 이 작은 성찰의 과정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더 단단한 사람이 됩니다.
또한 삶의 방향이 선명해지고, 인간관계에서의 태도도 부드러워지며, 선택의 결과 역시 더 안정적이고 균형 있게 바뀝니다.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은 어느 순간 “완성”되는 일이 아닙니다. 삶의 단계마다 다시 묻고, 다시 바라보고, 다시 조정해야 하는 긴 여정입니다. 그러나 이 여정을 시작한 사람과 시작하지 않은 사람의 삶은 시간이 갈수록 뚜렷하게 달라집니다. 나를 아는 만큼 내 삶이 선명해지고, 나의 선택이 단단해지며, 내가 꿈꾸는 방향으로 조금씩 더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이 길을 이미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나 자신을 더 깊게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는 지금의 당신은, 그 긴 여정의 중요한 첫 단계를 이미 넘어선 사람입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10화보상은 끈기와 집념이 반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