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장 느린 투자입니다. 아이들이 중학생,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저는 그 사실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나는 나름대로 사랑을 충분히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늘 그렇지 않습니다. 평일에는 야근으로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도 제대로 시간을 내주지 못하니 아이들은 종종 틱틱대고 불만을 드러냅니다. 게다가 버릇없는 행동을 할 때 혼을 내는 역할은 대부분 아빠가 맡게 되니, 아이들은 더더욱 아빠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체감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사랑이란 본래 즉각적인 보상이나 즉각적인 이해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마치 긴 겨울을 뚫고 자라는 나무와 같습니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주는 일은 모두 ‘지금 당장’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오늘 돌본다고 해서 내일 갑자기 자라나는 것도 아니며, 계절이 순환하고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야 그 나무는 비로소 그늘을 만들고 열매를 맺습니다. 부모의 사랑도 딱 그와 같습니다. 조급하면 안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서 천천히 자라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뒤에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 걱정과 불안을 담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불만을 가질 때도 있었고, 혼이 날 때는 서운함만 크게 느끼곤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부모님이 얼마나 많은 마음을 들여 나를 길러주셨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오래전에 심어진 사랑의 씨앗이 내 안에서 조용히 자라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압니다. 사랑은 아주 느린 투자라는 것을요.
사랑은 배당금이 당장 나오지 않습니다.
수익률이 눈앞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어떤 날은 손실처럼 느껴지고, 어떤 날은 아무 반응도 얻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상대방이 바로 알아주길 바라며 하는 것이 아닙니다. 외면받아도, 표현되지 않아도, 심지어 오해받아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사랑입니다. 오늘 준 사랑이 내일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쌓이면 결국 그 마음이 전달되는 순간이 온다는 사실입니다. 언젠가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자신들이 누군가의 부모가 되었을 때, 그동안 받았던 사랑의 깊이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 순간이 바로 내가 기다려온 배당금이고, 수년간의 인내 끝에 찾아오는 이익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느리지만 꾸준한 사랑을 보탭니다. 말투가 조금 까칠해도, 표현이 거칠어도, 때로는 반발을 해도 괜찮습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느리게 움직이지만, 결코 헛되이 사라지는 법이 없다는 것을.
아주 긴 시간 끝에, 그 사랑은 결국 아이들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자라나고 있을 것입니다. 그 성장은 오늘 보이지 않아도 반드시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묵묵히 사랑을 심습니다. 사랑은 가장 느린 투자이지만, 결국 가장 큰 보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