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인공에게.

안녕(安寧)

by 정오

내 글 속에서 해맑게 달리던 당신이 세상을 떠났다.


나는 현실의 방관자로, 오만한 전지적 시점의 타자이자 자격없는 비난 동조자로 가해자라는 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즈음에 아직 성장할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 어린 인물이 과녁판이 되어 화살을 맞았다.


당신은 사람인데 가벼이 물건으로 여겨지는 상황을 나는 무덤하게 지켜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엔 대중들에게 영혼도 감정도 없는 어떤 것이 된, 형편없이 갈라진 쓸모없는 나무판이 된 당신을 보며, 나는 조용히 내 글 속의 주인공이었던 당신의 이름을 지웠다.


그러니 나도 죄인이다.


오늘 뉴스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sns에 국화꽃 한 송이를 올리며 그녀를 추모한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나는 죽어야 축복받는 인생같다, 고 생각했다.


성장해야 할 당신의 이야기가 끝나버렸다.

성장할 기회를 빼았긴 건 아니었을까.


셀 수 없는 화살이 꽂힌 과녁판이 그 쓰임을 다해 어느 잡동사니 무덤에 던져졌다.


남들과 조금 다른 기세와 과함을 가진 탓에 그리고 그것으로 비롯된 실수가 지워지지 않는 자국이 되었다.

혐오의 글씨를 온몸에 새겼다.


그렇게 낙인이 되었다.


국화 꽃 한송이가 수없이 업로드된다.


검은 글씨가 세상밖으로 쉴새없이 번져 당신을 죽였는데,


검은 배경에 핀 국화꽃이 죽음을 축복하는 꽃같아 더 이을 말이 없다.


형용할 수 없는 더러운 감정이 내 죄의식과 함께 찌꺼기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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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내 첫 소설은 어느 드라마 속 당신이 뛰고 있던 장면에서 시작되었다.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붉은 옷을 입고 씩씩하게 달리는 사진 속 당신을 바라보며 고난 속에서 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상상하곤 했다.


서투른 인물이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 고난과 역경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엮었다.


나의 주인공은 끝내 행복하게 살았다.




독자들은 그들이 사랑한 주인공들의 행복한 결말을 바란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누구에게 성장할 시간과 기회를 주면 좋겠는데.


나의 성장하는 주인공에게 행복한 결말이 이루어져라. 이루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