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직에서 필요한 어른의 역할

불편한 신입, 불편한 조직

by 기록하는최작가

요즘 구인 광고를 보면 눈길을 끄는 한 문장이 있다.

“경력자 우대.”

그 짧은 다섯 글자는 채용 시장을 가득 메운 듯하다.

어떤 회사든지, 어떤 업종이든지, 으레 경력자를 우대한단다.

이유는 단순하다.

신입을 뽑으면 가르쳐야 할 시간이 필요하고, 정성도 들여야 하며, 그 과정에서 효율이 떨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력자는 이미 다듬어진 돌, 곧바로 제 자리에 맞추면 굴러가는 톱니바퀴라 여긴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그렇다면,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청춘들은, 문 앞에 서서 두드리기도 전에 ‘경력자 우대’라는 문구 앞에서 좌절한다.

아무리 애써도 닿을 수 없는 문턱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시작’이 허락되지 않는 세계에서 어떻게 ‘경력’이 태어날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운이 좋아 신입으로 채용된다.

그러나 그 운조차 늘 축복이 되지는 않는다.

입사 후 그들이 맞닥뜨리는 세계는 종종 낯설고 차갑다.

질문이 불편함이 되고, 실수는 쉽게 흉이 된다.

“이것도 몰라?”라는 시선 앞에서 신입은 점점 움츠러들고, 마음은 서러움으로 젖어간다.


그들은 불편하다. 어렵다. 서럽다.

이 감정들은 그들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조직이, 때로는 선배와 상사가 그렇게 만든다.

신입을 배움의 자리로 초대하기보다 시험대 위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조직이든 결국 사람으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화려한 성과도, 빛나는 업적도, 그 근원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땀과 마음이 있다.

그렇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지 않은가.

신입의 마음을 편안히 맞아들이는 것. 마음껏 묻고, 실수하며 배우는 것을 용인하는 것.

단순해 보이지만 그것이 가장 큰 배려다.

작은 친절 한 마디, 서툴러도 괜찮다는 눈빛 하나가, 신입의 불편하고 서러운 마음을 걷어낼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떠나면 잡기 어렵다.

그것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도 한다.

신입의 마음은 특히 그렇다.

그들은 그 자리에 서기까지 수많은 문을 두드렸고, 시험과 면접이라는 좁은 관문을 겨우 통과해왔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이미 절반은 지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용기 내어 조직의 문을 열었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그 빛을 꺼뜨린다면, 그 마음을 불편과 서러움 속에 방치한다면, 그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마음이 떠나기 전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조직에는 신입을 품어낼 수 있는 어른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른이란 단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먼저 걸어가 본 사람, 뒤따라오는 이에게 길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이 있어야만 신입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경력자 우대.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경험은 분명 소중하다.

그러나 경험만이 조직을 움직이는 힘은 아니다.

경험을 나누어줄 사람, 기다려줄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그 어떤 경력도 오래 가지 못한다.

신입을 키워내는 힘, 그 불편함을 감싸 안는 힘이 결국 조직을 살아 있게 한다.


누군가의 첫걸음을 존중하는 조직은 오래간다.

반대로, 신입을 불편하게 만들고, 질문을 가로막고, 실수를 비난하는 조직은 결국 스스로의 미래를 잘라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입은 곧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라야 조직이 자란다.

그들이 웃어야 조직이 웃는다.


오늘도 수많은 신입들이 두려움과 설렘 사이에서 첫 출근을 한다.

그들의 마음을 꺼내 들어보면, 작지만 단단한 꿈이 들어 있다.

그 꿈을 짓밟을 것인가, 함께 키워낼 것인가는 결국 조직의 몫이다.

언젠가 구인 광고에 ‘경력자 우대’ 대신, 이렇게 적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신입, 환영합니다.”

그 한 줄이, 많은 이들의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