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얘는 착해.”
하지만 어린 내 눈에 보인 건
번뜩이는 눈빛,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새어 나오는
알 수 없는 언어.
땅에 엎드린 내 옆으로
피와 울음이 흩어졌고,
허벅지에 깊게 새겨진 공포는
붉은 꽃잎처럼 퍼져갔다.
며칠 후 유치원 가는 길,
목줄 없는 공포가 천천히 다가와
내 주위를 맴돌았다.
매서운 두 눈이 나를 꿰뚫자
발이 땅에 붙은 듯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었던 그날,
모든 소리가 멈춘 듯
공포가 나를 집어삼켰다.
세월이 흘렀어도
그날의 날카로움은 무뎌지지 않았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개조차
나를 과거로 데려갔다.
사람들은 말한다.
“두려움을 넘어서야 해.”
하지만 나는 안다.
넘어서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내 두려움은 나의 것.
그날의 작고 약한 아이는
지금도 내 안에 살아있다.
나는 어린 날의 공포와
지금의 나 사이에 다리를 놓고
그 위를 천천히 걸어간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맹수의 그림자는 여전히 내 뒤를 따르지만
나는 그것을 내버려둔다.
그것은 더 이상 나를 물지 않고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임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