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13 : 인간은 모두 호기심 대마왕> 정재승 / 정재은 / 아울북 (2023)
[My Review MMCLIX / 아울북 39번째 리뷰] 공부를 잘하는 사람의 뇌는 정말 다를까? 똑똑한 사람들이 똑부러지게 말을 잘 하는 것을 볼 때마다 부럽기는 하다. 그런데 정말 '똑똑한 사람'은 뇌부터 다른 걸까? 그런 호기심에 아인슈타인이 죽은 뒤에 그의 뇌를 훔쳐서(?)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아인슈타인의 뇌'를 잘게 썰어서(!) 보낸 뒤에 함께 연구를 해보자는 취지의 실험결과가 나왔는데, 엄청난 호기심의 결과치고는 꽤나 간단한 결론이 나왔다. '아인슈타인의 뇌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일반 사람의 뇌보다 뇌세포의 수가 조금 더 많았고, 뇌피질이 조금 더 두꺼웠을 뿐이다.' 이 실험이 유족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서 진행된 탓에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비난보다 '결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똑똑한 사람의 뇌에는 특별한 점이 없다는 사실 말이다. 하지만 이 실험은 결론부터 실패작이었다. 뇌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살아있는 뇌'를 먼저 연구했어야 하는데, 뇌과학이 발전하기 이전에 '죽은 뇌'를 가지고, 그것도 뇌 전체가 아닌 조각조각난 일부분을 가지고 제한된 연구를 해야 했으니, 그 결과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 잘하는 비법은 따로 있는 것일까? 실제로 '천재의 뇌'와 '일반인의 뇌'는 큰 차이가 없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뇌를 활용하는 빈도'를 비교한다면 현격한 차이가 두드러진다. 다시 말해, '생각하는 힘'이 천재들에게선 남다르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공부를 잘 하고 싶다면 '생각하는 뇌'로 바꿔야 한다. 특히, '기억력'을 높이는 학습을 하면 똑똑한 뇌로 바꿀 수가 있다. 다른 말로 '메타인지 학습법'이라고도 한다. 요즘 '상위 1% 학습법'으로도 널리 알려진 학습법인데, '같은 시간'을 공부했는데도 '성적(결과)의 차이'가 보인다면 공부 효율이 좋은 학생의 학습법에 주목해보면 알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뭐, 메타인지 학습법에 관해서는 시중에 널리 나와 있는 책이 많으니 참고 삼아 읽어보시면 된다. 제목은 제각각이지만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무슨 큰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집중'했느냐? '산만'했느냐? 이런 정도의 차이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메타인지 학습'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하고 싶을 때' 하는 공부가 무진장 학습효과가 좋다는 점이다. 이 책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13>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공부 잘하는 비법은 딱 하나다. 공부를 '하고 싶게' 만드는 것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공부를 하고 싶게 만들 방법'은 따로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딱히 없다. 우리 속담에 "말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서, 강제로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니 억지로 시킬 생각은 아예 포기하는 게 좋다는 말이다. 그럼 '물을 스스로 마시도록' 꼬실 수는 있지 않을까? 바로 그렇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뿐이다. 그럼 아이가 공부를 스스로 하도록 꼬실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그건 바로 '호기심 자극'이다. 아이들은 경험한 바가 현저히 적고, 체험의 폭이 훨씬 좁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아무런 '경력'을 쌓지 못한 어린 뇌는 '생각하는 힘'도 아주 미약할 수밖에 없다. 천재들의 뛰어난 상상력도 애초의 시작은 아주 작은 호기심에서 무럭무럭 자란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천재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아주 미약하더라도 '작은 호기심'이 생기고, 그런 호기심으로 '무작정 따라(모방)해' 보고, 그런 모방을 '반복'적으로 하고 또 해보는 과정이 '축적'된 뒤에야 비로소 '창의력'이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숙련'시키기 위해서라도 '자기주도학습'이라고 불리는 스스로 학습을 할 원동력을 찾지 못하면 절대로 공부를 자발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게 바로 '천재'와 '평범'의 유일한 차이점인 셈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공부가 얼마나 재미 없는 일인지 말이다. 그런데 가끔이긴 하지만 공부가 즐겁다고 느꼈던 적이 있지 않은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푹 빠져서 '공부하던 경험' 말이다. 바로 진짜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때, 우리는 남다른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 누구라도 이런 경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집중이 안 되지만, 뭔가에 꽂히면 '그 일'을 할 때에는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가수가 노래 부르고, 댄서가 춤을 추고,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그리고 운동선수가 '최고 기록의 순간'을 맞을 때, 이럴 때의 '집중력'이 정말 남다르지 않던가. 그걸 공부(학습)에 적용시킬 수 있다면 된다. 수학 천재, 역사 천재, 국기를 보고 나라 이름 맞추는 '신동'을 보면 어쩜 그렇게 어린 나이인데도 잘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신동들에게 비결을 물어보면 별 것 없다. 그저 '좋아서 했다'는 말만 할 것이다. 재밌으니까 한 것이고, 즐거우니까 힘든 줄도 모르고, 어려운 줄도 모르고 잘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호기심 자극'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더 터득할 수 있다. 재밌고 즐겁게 공부를 하게 만드는 비법 말이다. 바로 '칭찬'이다. 공부하는 아이에게 칭찬을 하면 효과는 바로 나타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대충 두루뭉술하게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콕 짚어서 정말 잘한 것에 칭찬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효과가 크다. 이런 칭찬을 한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아이는 그런 관심을 받고 재미를 느끼고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분이 '어렵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게 해준다. 사실 공부라는 것이 정말 지겨운 일이지 않은가. 초집중을 한다고 해도 고작 5분이 맥시멈이다. 아무리 집중력이 좋더라도 50분 수업 시간 내내 집중을 하는 아이는 없다. 천재도 마찬가지다. 5분 정도 집중한 뒤에는 '딴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천재들은 그런 '딴 생각'마저 호기심과 관련이 있는, 즉, 공부와 관련이 있는 '잡념'에 빠지는 반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공부와 전혀 상관이 없는, 다시 말해, 지금 하고 있는 공부와 '연관'시킬 줄 모르는 딴 생각에 빠져서 비효율적인 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걸 '메타인지 학습법'에서는 '연상법'과 '장기기억'의 메커니즘을 연결시켜서 바꿔주는 방법이 있노라고 역점을 두고 있는데, 사실 대단한 비법도 아닌 셈이다.
정리하자면, 우리 아이를 공부 잘하는 뇌로 바꿔주고 싶다면 '아이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잘 관찰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 '관심사'에 무한 칭찬으로 효과를 증폭시켜 줘야 한다. 그런 다음에 노련하게 '아이의 관심사'와 '주요 학습내용'과 잘 연계시켜주는 것이 학부모에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다. 비법 아닌 비법을 소개하자면, 내가 '공대' 갈 수 있는 수학실력의 비결은 초중등 시절에 질리도록 했던 '부루마블'이었다. 방학기간이면 하루종일 그 게임만 했다. 단지 주사위를 던지고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서 상대방의 자산보다 더 많은 부를 쌓으면 승리하는 게임인데, 그 일련의 과정에서 '확률'과 '전략'을 터득해 승리하는 기쁨을 알고 있었기에, 수학은 늘 잘하는 과목이어야만 했고,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그래서 여러 차례 어려운 고비를 맞았지만, '나는 수학을 잘 한다'는 이미지 트레이닝(?) 만으로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늘 상위권의 수학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13>에서도 공부하고는 담을 쌓았던 '생선파의 두목(?)'인 대호가 공부에 재미는 느끼게 된 계기도 공부 잘하는 예쁜 여학생과 우연한 만남을 가졌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겼는데, 마침 그 여학생이 공부를 잘 했고, 서로 사귀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하라고 해도 하지 않던 공부인데, 정말 공부를 잘 하게 된 비결이 너무 엉뚱하지 않은가? 그런데 사실은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엉뚱한 결과가 아니다. 뇌에서 '좋아한다'는 자극을 받고 난 뒤의 자연스런 행동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뇌는 그걸 계속 하려고 할 뿐이다. 그게 사랑이든, 놀이든, 공부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면 기분이 좋기 때문에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뇌의 메커니즘은 그렇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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