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착시 ‘파타 모르가나’… 냉수대와 대기 조건이 만든 장관
지난 8월 31일, 울산 앞바다에서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믿기 힘든 장면이 목격됐습니다. 멀리 항해하던 대형 화물선이 마치 허공에 떠오른 듯 보이면서, 마을 주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에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현장에 있던 이들은 “정말로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실제로는 배가 수평선을 따라 이동했지만, 눈에는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듯 착시가 일어난 것입니다.
‘바다 위 신기루’, 파타 모르가나 현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현상은 ‘파타 모르가나’로 불리는 대기 착시입니다.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층이 겹치며 빛이 휘어져 굴절되기 때문에, 멀리 있는 물체가 위로 떠오른 듯 보이게 됩니다. 특히 이번처럼 거대한 선박 전체가 선명하게 허공에 떠 있는 듯 관측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울산과학기술원 박상서 교수는 “대기 질이 맑고 해수면과 상층부의 온도 차가 뚜렷했기에 이런 극적인 모습이 가능했다”며 이번 사례의 희소성을 강조했습니다.
냉수대가 만든 특별한 조건
이번 현상은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냉수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남서풍이 불면서 따뜻한 표층수가 밀려나고, 대신 차가운 심층수가 해수면으로 솟아오르면서 기온 차이가 극대화됐습니다. 이로 인해 파타 모르가나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 것입니다.
김상일 연구사는 “대한해협을 따라 불어온 바람이 울산과 기장 일대에서 강하게 작용해 특히 뚜렷한 착시가 관측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눈속임 이상의 의미
파타 모르가나는 단순한 신기루를 넘어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과학적 지표이기도 합니다. 냉수대는 어류 이동 경로를 바꾸고, 양식장 수온에도 영향을 미쳐 어업 활동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울산의 ‘떠다니는 배’ 착시는 자연이 연출한 장관이면서 동시에 해양 환경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신호였습니다. 신비로움에 감탄한 시민들의 경험은, 바다가 가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 순간으로 기록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