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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 마음을 나누는 일상

엄마와 매일 통화해요

by Soo 수진

주말을 보낸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엄마와 통화를 했다. 아침 공기가 차가워서였을까, 평소엔 퇴근길에 전화를 걸지만, 오늘은 출근길에 엄마가 떠올랐다.

한국에 계신 엄마와는 매일 내가 퇴근하는 오후 다섯 시, 집으로 돌아가는 30분 동안 통화를 한다.

그 시작은 아주 단순했다. 퇴근길, 차가 막히는 동안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듣다 보면 문득 심심해질 때가 있었다.

그때,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시작된 통화는 어느새 하루의 일상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엄마는 엄마의 하루를, 나는 회사에서 보낸 하루를 시시콜콜하게 털어놓았다. 별것 아닌 대화들이었지만, 그게 우리 모녀의 일상이었다.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 아무 말이나 나눠도 좋은 시간이었다. 대화라기보다는,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하나도 빼지 않고 하나에서 열까지 세세하게 늘어놓는 시간이었다.

이제 엄마는 내 회사 이야기를 들으면 “그게 누구지?”라고 묻지 않는다.
내 옆자리에 누가 앉는지, 내 앞자리 Valentina가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것, Lismery가 포토그래퍼라는 것까지 모두 기억하고 계신다.
나 또한 엄마의 동네 친구들 이야기는 물론, 오늘은 무엇을 드셨는지, 언제 파마를 하셨는지, 어떤 색의 뜨개질을 하고 계신지도 알고 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엄마와 나는 단짝친구처럼 모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였다.
옷을 사러 갈 때도 친구 대신 엄마와 함께였고, 진로를 결정할 때도 언제나 엄마의 의견을 물었다.

엄마는 내가 잘하는 게 미술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일찍부터 그림을 배우게 했다. 그때 나는 미대를 목표로 입시미술학원에 다녔지만, 사실 마음 한편에는 다른 과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미술 선생님도, 엄마도 자연스럽게 말했다. “미대에 가는 건 어때?” 물론 나도 입시미술을 했기에, 미대 진학은 어쩌면 당연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시각디자인과’에 진학했다.


나는 캐나다에 살면서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못했다. 친한 친구들은 한국에 있었고, 언어가 다른 외국 친구들과는 마음을 나누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국을 떠나 시간이 꽤 흐른 뒤에도, 힘든 순간이나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마음속에 감정을 켜켜이 쌓아두곤 했다. 엄마에게조차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엄마와의 통화를 통해 내 안의 힘들었던 순간들, 낯선 나라의 문화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겪은 일들, 그리고 외국인으로 살아가며 느꼈던 감정들을 조금씩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어느새 예전처럼 엄마에게 조잘거리던 딸로 돌아가 있었다.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수진아, 사람들이 너하고 매일 통화한다니까 놀라더라. 매일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냐고.”
“그래서 엄마는 어때?”
“나는 너무 좋지. 매일 통화해도 할 말이 왜 이렇게 많을까? 이제는 통화를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해. 매일 그 시간이 기다려져.”
“사람들은 딸이랑 그렇게 자주 통화 안 한대.”

정말 그렇다. 나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있는 친구나 누군가에게 “엄마랑 매일 같은 시간에 통화해”라고 하면, 다들 놀란다.
“우리 엄마는 잔소리만 하셔서…”
“엄마가 그립긴 한데, 통화는 좀…”

사람들은 묻는다.
“엄마랑은 무슨 얘기를 그렇게 나눠요?”


나는 오히려 한국과 캐나다의 시간이 정반대인 게 좋다. 여기가 아침이면, 거긴 밤. 거기가 아침이면 여긴 밤.
그래서 할 이야기가 늘 차고 넘친다. 엄마의 하루와 나의 하루가 다르니까, 서로의 시간 속에서 웃음도, 고민도, 작은 힘듦도 공감하며 나눌 수 있다.

엄마는, 언제나 나의 영원한 베스트 프렌드다.

Just as I am, Soo+

엄마가 좋아하는건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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