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속에 새겨진 신체의 흔적

절뚝거리는 심장 박동을 음표에 담아낸다면

by 아이비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종종 작곡가의 감정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음악에는 감정뿐만 아니라 그들의 몸이 남긴 흔적도 담겨 있습니다. 특히 건강의 변화나 질병이 음악의 흐름과 구조에 영향을 미친 사례들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작곡가, 베토벤에게서 그 예시를 찾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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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말년의 건강 악화 속에서도 작곡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의 후기 현악 사중주들은 형식적으로도 실험적이었지만, 동시에 그의 신체적 고통과 감정적 변화가 내밀히 담겨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의 현악 사중주 13번(Op. 130)5악장 Cavatina(카바티나)의 예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중반부의 ‘Beklemmt(옥죄어 오듯, 괴롭게)’ 부분을 한번 들어 볼까요.





이 부분에서 선율은 갑작스럽게 단절되고, 화성은 불안정하며, 리듬은 규칙적이지 않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불규칙한 리듬이 베토벤이 겪은 부정맥(심장 박동의 불규칙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베토벤은 이 순간 자신의 심장 박동을 그대로 악보에 새겨 넣었던 것일까요?



베토벤처럼 건강 상태가 음악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또 다른 예로 스메타나<현악 사중주 1번> "나의 생애로부터"를 들 수 있습니다. 스메타나는 말년에 청력을 완전히 상실하였고, 극심한 이명(귀울림) 증상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 현악 사중주의 마지막 악장에서 지속적인 고음의 E음(미음)을 삽입하였는데, 이는 자신이 실제로 들었던 이명을 음악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신체적 경험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극적인 사례이지요.





이러한 맥락은 20세기 미국의 실험 음악가 로버트 애슐리(Robert Ashley)에게까지 이어집니다. 애슐리는 "Automatic Writing"에서 자신의 투렛 증후군으로 인한 무의식적 발화를 음악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이 작품은 정형화된 구조를 따르지 않으며,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불규칙하게 흘러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기괴하고 소름끼치기도 하죠. 통제할 수 없는 신체적 움직임과 음성을 그대로 음악의 일부로 수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작곡가들이 악보 위에 남긴 흔적은 단순한 음의 나열이 아닌 그들의 삶과 몸이 만들어낸 파동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듣는 모든 음악 속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작곡가의 또 다른 흔적이 깃들어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