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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깔아놓은 붉은 융단, 9천 평 연천 댑싸리정원

by 다닥다닥

가을이라 하면 으레 단풍을 떠올리지만, 경기도 연천의 임진강변에서는 전혀 다른 색의 계절을 만날 수 있다. 숲 대신 땅을 물들이는 풀 한 그루가 주인공이 되어, 가을의 끝자락을 한층 더 화려하게 장식한다.


연천군 중면 삼곶리 313-3, 옛 ‘연강큰물터’ 자리에는 이제 버려진 땅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때 홍수로 쓰이지 못하던 이곳은 지역 주민들과 행정이 함께 손을 잡으면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그렇게 탄생한 공간이 바로 ‘임진강 댑싸리정원’이다.

601_2114_616.png 임진강 댑싸리정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유훈근
붉게 타오르는 댑싸리의 물결


약 3만㎡(9천 평)에 이르는 넓은 땅에는 2만여 그루의 댑싸리가 심어졌다. 여름 동안 푸른 빛을 간직하던 이 식물은 9월 중순이 지나면서 서서히 붉은빛으로 변해간다. 지금 정원에 들어서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붉은 카펫이 끝없이 이어지는 듯하다.


댑싸리는 ‘겸허한 미인’이라는 꽃말을 가졌는데, 둥글게 부풀어 오른 형태가 단정하면서도 기품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 줄 한 줄 겹겹이 이어진 모습은 가을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듯해, 보는 이들을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601_2115_658.png 임진강 댑싸리정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임태진
주민들이 만든 힐링 정원


이 정원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댑싸리 외에도 천일홍, 백일홍, 황화 코스모스 등 다양한 꽃들을 함께 심어 사계절의 색을 더했다. 입장료와 주차료가 무료여서 가볍게 들러도 부담이 없다.


주민자치위원회와 행정복지센터가 함께 손길을 보탠 덕에 잡초만 무성하던 땅은 이제 지역의 명소로 거듭났다. 방문객들은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계절의 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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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순간


붉게 물든 댑싸리의 절정은 그리 길지 않다.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만 선명한 빛을 뽐내며, 이후에는 서서히 색이 옅어진다. 올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바로 지금이기에, 짧은 계절의 선물을 놓치지 않으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가을 단풍이 숲을 물들인다면, 연천의 가을은 대지를 붉게 적신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이 풍경은 ‘가을’이라는 계절이 얼마나 다채로운 얼굴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무대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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