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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들만 몰래 간다는 가을 명소

by 다닥다닥

가을이 깊어지면 전국이 단풍으로 물들지만, 전북 익산 황등면의 ‘아가페정원’은 그중에서도 유독 다른 빛을 낸다. 이곳의 가을은 붉음이 아닌 ‘황금빛’으로 기억된다.


아가페정원은 익산시 황등면 율촌길 9에 자리한 사계절 정원으로,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가장 아름다운 절정을 맞는다. 이때 40m 높이의 메타세쿼이아가 만든 길은 황금빛 터널로 변하며, 빛이 비칠 때마다 다른 색의 결을 드러낸다. 오전에는 고요하고 서늘한 금빛이, 오후에는 따스하고 풍성한 빛이 길 위를 채운다.

656_2250_2732.png 아가페정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강래

아가페정원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단풍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다. 이곳의 빛은 살아 움직인다. 오전 9시에서 11시, 그리고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는 사선으로 떨어지는 햇살이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터널 전체를 부드럽게 감싼다. 이 시간대에 찍은 사진은 현실보다 더 몽환적이다.


사진작가들은 이때 중앙 소실점을 기준으로 인물을 배치해 균형감 있는 장면을 완성한다. 바닥이 낙엽으로 덮이면 로우 앵글로 촬영해 나무의 높이와 깊이를 함께 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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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페정원의 또 다른 매력은 풍경의 다채로움이다. 황금빛 메타세쿼이아 숲 사이로 붉은 공작단풍과 노란 은행나무가 어우러져 가을의 팔레트를 완성한다. 붉은 단풍이 황금빛 터널 속에서 대비를 이루는 순간, 마치 한 폭의 유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정원의 한쪽, ‘숲속 한평 도서관’ 근처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간이다. 이곳의 벤치에 앉으면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뒤섞인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오후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시간에는 따뜻한 금빛이 얼굴을 감싸 인물 사진 배경으로도 완벽하다.

656_2251_2814.png 아가페정원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시몬

아가페정원은 무료로 운영되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단풍 절정기에는 주말보다 평일 오전 방문이 훨씬 한적하며, 정원 내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은 가족 사진이나 인생샷을 남기기에 좋다.


운영시간은 단풍 시즌인 10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1월부터는 오후 4시까지다. 입장 마감은 종료 한 시간 전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음식물 반입은 제한되어 있으며, 간단한 음료 외 도시락은 외부에서 즐기는 편이 좋다. 반려동물은 목줄 착용 후 동반 가능하며, 자연 보호를 위해 쓰레기 되가져가기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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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관광지의 소란함 대신, 빛과 공기, 낙엽이 함께 어우러진 조용한 길을 걷고 싶다면 아가페정원은 그 답이 된다. 특히 오후 늦게 황금빛으로 물드는 메타세쿼이아 길은, 잠시 한국이 아닌 다른 세계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준다.


사진작가들이 ‘황금빛 정원’이라 부르는 이유는 단풍의 색보다 빛의 질감에 있다. 이곳에서는 단풍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빛 속을 ‘걷는’ 경험이 된다. 가을이 끝나기 전, 한 번쯤 이 길 위에서 햇살의 결을 느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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