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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송도, 단돈 1천 원으로 바다 위를 걷다

by 다닥다닥

부산을 떠올리면 대개 반짝이는 해운대와 빼곡한 야경이 먼저 스친다.

그러나 진짜 부산의 이야기는 화려함보다는 회복의 힘에 있다.


그 상징적인 장소가 바로, 바다 위 127m를 잇는 ‘송도용궁구름다리’다.


이 다리는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다. 한때 태풍에 무너졌던 다리가 시민의 손끝에서 다시 세워졌고, 그 위를 걷는 발걸음마다 부산의 기억과 회복의 이야기가 포개져 있다.

647_2230_3944.png 송도용궁구름다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부산관광공사

1964년 처음 세워진 옛 송도구름다리는 당시 신혼여행 명소로 불릴 만큼 인기였다.

그러나 2002년 태풍 ‘셀마’의 거센 바람 앞에 무너졌고, 오랫동안 바다 한가운데 흔적만 남았다.


시간이 흘러 2020년 여름, 이 다리가 ‘송도용궁구름다리’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18년 만의 귀환이었다. 더 단단해진 구조와 새로워진 곡선, 그리고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던 바다가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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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다리는 부산 서구 암남공원에서 동섬으로 이어진다.

길이 127m, 폭 2m의 유려한 곡선형 구조가 바다 위를 가르며 놓여 있다.

투명한 철망 아래로는 약 25m 아래의 푸른 바다가 출렁이고, 발아래로 파도가 부서지는 순간 묘한 전율이 밀려온다.


처음엔 아찔하지만, 이내 설렘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암남공원의 숲길을 따라 걷다 다리 입구에 닿는 순간, 시야가 한꺼번에 열리며 동섬이 손에 닿을 듯 펼쳐진다.

바람이 볼을 스치고, 파도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부산 도심과는 전혀 다른 리듬이다.

647_2231_418.png 송도용궁구름다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범수

무엇보다 놀라운 건 가격이다. 이 특별한 경험의 입장료는 단돈 1,000원.

부산 서구는 더 많은 시민과 여행자가 부담 없이 즐기길 바란다며 상징적인 금액만 받는다.

서구 주민과 어르신, 어린이,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무료다.


이곳의 운영 방식에는 단순한 복지 이상의 뜻이 있다.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고, 다시 일어선 도시의 회복을 모두가 함께 걷자는 초대장 같은 의미다.

647_2232_4153.png 송도용궁구름다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부산관광공사

이런 정성은 곧바로 결과로 이어졌다. 2020년 개장 후 단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부산 시민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까지 발걸음을 이어가며 지금은 ‘부산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꼽힌다.


낮에는 햇빛에 반짝이는 다리의 곡선이 아름답고, 밤에는 조명이 물결처럼 번지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계절마다 색이 달라지는 바다와 함께 찾을 이유가 늘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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