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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구인사, 점심은 절에서 드시고 가세요

외국에 온듯한 국내 가을 단풍 명소

by 다닥다닥

가을이 깊어질수록 단양의 공기는 묘하게 달라진다.


소백산 자락을 따라 오르는 길 위로 붉은 단풍잎이 흩날리고, 그 끝에는 상상보다 더 거대한 공간이 기다리고 있다.


그곳이 바로 구인사, 가을이면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 사찰이다.

684_2319_2444.png 구인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남국

단양군 영춘면 구인사길 73, 해발 500m가 넘는 소백산 연화봉 아래.


좁은 산세 위로 층층이 쌓인 붉은 기와와 오층 법당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다.

마치 한 도시가 통째로 산속에 들어앉은 듯한 이곳은, 대한불교천태종의 총본산이다.


1945년 상월원각 대조사가 창건한 구인사는 독특한 구조로도 유명하다.

일반 사찰처럼 평지에 건물을 세우는 대신, 산비탈을 따라 수직으로 쌓아 올렸다.

그래서 어디에서 바라봐도 건물들이 병풍처럼 겹겹이 이어진다.

전통 사찰의 고요함보다는, 거대한 성채를 연상시키는 웅장함이 압도적이다.

684_2317_2328.png 구인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윤구

가을의 구인사는 ‘길’ 자체가 명상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1일 3,000원), 오르막길을 걸어도 좋고, 무료 셔틀버스를 타도 된다.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수시로 운행되는 셔틀은 노약자나 아이와 함께 방문할 때 특히 유용하다.


버스 창밖으로는 붉고 노란 단풍이 층층이 물든 산세가 펼쳐진다.

가을 햇살이 기와 위로 내려앉을 때, 그 색감은 말 그대로 ‘수묵화 속의 불빛’ 같다.


사천왕문을 지나 오층대법당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다 보면, 자연스레 발걸음이 느려진다.

1980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국내 최대 규모의 불교 법당으로, 최대 1만 명이 동시에 법회를 볼 수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공기가 달라진다.

황금빛 불상이 정중앙에서 빛을 내고, 천장 가득 이어진 단청 문양은 장인의 숨결처럼 세밀하다.

이곳에서는 종교를 떠나 누구든 잠시 머물러 고요를 배울 수 있다.

684_2318_245.png 구인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윤구

“공양하고 가세요”… 구인사의 따뜻한 점심 초대


구인사를 찾는 이들이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는 건, 단풍도, 법당도 아니다.

바로 무료 점심 공양이다.


신도뿐 아니라 일반 방문객 누구나 점심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향적당에서 진행되며, 두부·나물·채소 위주의 정갈한 사찰식 밥상이 차려진다.


식판을 깨끗이 비우고 직접 씻어 반납하는 것도 전통의 일부다.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나눔과 절제, 감사’를 배우는 시간이다.

이런 경험이야말로 구인사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684_2321_262.png 구인사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강윤구

오층대법당 옆 전망대에 서면 단양의 산세와 소백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붉은 단풍이 법당의 회색 기와와 대비를 이루며, 가을의 절정을 그려낸다.

바람이 불면 단풍잎이 흩날리고, 그 사이로 목탁 소리가 은은히 울린다.


도심에서는 듣기 어려운 ‘조용함의 소리’다.

누군가에겐 명상이고, 누군가에겐 여행이며, 또 누군가에겐 잠시 멈춰 서는 쉼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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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끝, 마음의 시작


가을의 구인사는 풍경을 보기 위한 곳이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하는 장소다.

붉은 단풍이 물든 길을 따라 내려오며 문득 깨닫는다.

우리가 찾고 있던 건, 어쩌면 이런 ‘고요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여행 정보

위치: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구인사길 73

셔틀버스: 오전 8시 30분 ~ 오후 5시 30분 (무료)

점심 공양: 오전 11시 30분 ~ 오후 1시 30분 (향적당)

주차비: 1일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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