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대란 보고서
돌봄 교실 과학수업 주제는 열대어 탐구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꼬리지느러미 밑동의 검은 얼룩이 마치 미키마우스 얼굴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 '미키마우스 플래티'를 분양해 주는 것이 하이라이트였죠. 학부모님들께는 이틀 전에 분양 희망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반응들은 다양했습니다.
"선생님, 아이는 원하지만... 집에 들고 오는 것도 일이고, 오래 못 살 것 같으니 괜찮습니다." (미안함과 현실적 귀찮음의 공존)
"우린 키워보겠습니다. 도전해 볼게요!" (열정과 긍정)
"키우고는 싶지만 제 일이 될 듯해서... 아이가 원하면 보내주셔도 됩니다." (예상된 미래에 대한 포기)
답장이 없는 학부모님의 몫까지 신청해 뒀던 나는 이미 책임감의 늪에 한 발을 들여놓은 상태였습니다. 아이들은 이론보다 살아있는 물고기 관찰에 더 집중했고 몇몇은 집으로 나머지는 돌봄 교실 '관찰용'으로 남았습니다. 아이들은 관찰용 세 마리에 엄청 좋아하며 말을 걸기도 했습니다. 이럴 땐 뿌듯함이 생기죠. 심지어 선택형 프로그램 시간과 겹쳐서 과학 수업 수강을 하지 않는 남학생은 간절히 원하여 관찰용 물고기 중 한 마리를 특별 분양 보내기도 했습니다.
모든 분양을 마치고 돌봄 교실에 남은 '관찰용' 물고기는 딱 세 마리, 그리고 곧 추석 연휴와 재량휴업일(10월 10일)이 합쳐진 긴 휴가가 시작되었죠. 학교는 텅 비겠지만 물고기들을 남겨두자니 발이 안 떨어집니다.
"어쩔 수 없지. 네들이 나를 따라와야겠다." 그렇게 목요일(10월 2일) 세 마리의 미키마우스 플래티는 저와 함께 퇴근했습니다. 저의 집은 물고기들의 임시 피난처가 되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다이소로 달려갔습니다. '선생님으로서의 책임감'이 '수족관 전문가급 열정'으로 변신하는 순간이었죠. 좀 더 쾌적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자 조금 큰 어항과 영양가 높은 먹이를 구입했습니다. 새 어항으로 옮겨준 후 저는 나름대로 정성을 다했습니다. 적절한 먹이, 규칙적인 물 갈아주기. 초보 집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작은 플래티 세 마리는 새 집에서 활발하게 헤엄쳤고 저는 안도했습니다. '그래, 키우기 쉽다더니 정말 그렇구나.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4일째, 아침에 일어나 어항을 확인했을 때 한 마리가 미동도 없이 둥둥 떠다녔습니다. 청천벽력 같았습니다. "왜? 왜? 물도 갈아주고 밥도 잘 줬는데" 자책감과 죄책감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집 화단에 작은 무덤을 만들어주고 서둘러 남은 두 마리를 살피고 물도 다시 갈아주고 어항 구석구석을 점검했습니다. 살아남은 두 마리를 위해 더 극진한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또 한 마리가 숨을 거뒀습니다. 결국 오늘 또...ㅠ 제게 남은 것은? 한 마리도 없습니다. 세 번의 줄초상이었습니다. "한 마리라도 살아서 나랑 내일 같이 학교 가자고 간절히 빌었건만..."
내일(월요일)이 두렵습니다. 실망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돌봄 교실에 오면 미키들을 보고 반갑다고 인사부터 하던 예쁜 아이들인데... 미키마우스 플래티 분양 사건. 그것은 단순한 과학 실험을 넘어 한 돌봄 선생님이 긴 연휴를 앞두고 짊어진 책임감의 고백이자 찰나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초보 집사의 슬픈 일기로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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