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남아있는 앨범 속 그날
이 이야기는 2022년도의 기록입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로 학교에서는 할로윈 행사를 하지 않지만 그 시절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이 너무 사랑스러워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10월의 끝자락. 아침 공기마저 달콤하게 느껴지던 그날 아이들은 이미 며칠 전부터 들떠 있었다.
"선생님, 우리도 할로윈 파티해요?" 그 반짝이는 눈빛 앞에서 나는 갈등을 안 할 수 없었다.
다른 반 돌봄 선생님과 상의 후 다이소에 들러 모자, 망토, 머리띠 등 필요한 용품을 골랐다. 무섭기보단 귀엽고 과하지 않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로 채웠다.
그날은 간식도 특별히 준비했다. 초콜릿과자, 젤리, 사탕 그리고 이 과자를 담을 미니 호박바구니까지 교실 안엔 달콤한 냄새와 웃음소리가 한가득 피어올랐다.
"이 망토 어때요? 진짜 마법사 같죠?"
"저는 고양이예요. 귀엽죠?"
아이들은 마치 뮤지컬 배우라도 된 듯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포즈를 바꿔가며 깔깔 웃었다. 나는 셔터를 누르며 감독처럼 코치했다.
"좋아, 이번엔 손가락으로 브이~ 그렇지, 예쁘다!"
"포즈 멋진걸? 마주 보고도 해볼까?"
"아~ 예쁘네, 너무 예쁘다! 이야, 멋진걸? 최고야!"
나는 칭찬을 아낌없이 해줬다.
그러자 아이들은 점점 더 신이 나서
"선생님, 이번엔 우리 둘이 같이 찍어요!"
"저는 점프샷 해볼래요. 셋, 둘, 하나~”
"선생님, 저 진짜 모델 같아요?"
"그럼~ 완전 CF 주인공인데?"
쑥스러워하던 아이들도 금세 자신감이 생겨
"선생님, 이번엔 이렇게 찍어주세요." 하며
더 짓궂은 표정과 포즈를 취했다.(오늘의 이 끼를 살려 꼭 유명인이 되기를...)
며칠 뒤 찍은 사진은 돌봄 교실 인화기로 인화해 나누어 주었다. 작은 손에 사진을 쥔 아이들은
서로의 사진을 들고 깔깔 웃었다.
"야, 너 여기서 눈 감았어!"
"이건 내가 마녀인데, 왜 너보다 작게 나왔지?"
"선생님, 이건 우리 가족사진 같아요!"
사진 한 장 한 장이 아이들 손에서 작은 추억 앨범이 되어 웃음이 피어났다. 그 웃음소리가 교실 벽을 타고 창문 너머 가을 햇살 속으로 흩어졌다.
나만의 사진 보관소 밴드 속 '돌봄 교실 추억 앨범'을 꺼내 보면 그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작은 가면 하나에도 세상을 다 가진 듯 웃던 그 시절 아이들. 그 아이들은 5학년이 되어서도 돌봄 교실 문을 두드리며 인사를 하러 온다.
"선생님, 행복하세요!"
그 웃음은 여전하고 마음은 한결 더 깊어졌다. 정말 예쁜 아이들이다.
나무보다 더 쑥쑥 햇살보다 더 반짝이게 자라난 아이들. 그 아이들의 웃음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서
따뜻하게 조용히 속삭이고 있다.
#돌봄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