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하루
화이트데이나 발런타인데이처럼 특별한 날에 큰 관심은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왜냐면 누군가 빼빼로를 받으면 자랑이 되고 못 받은 아이는 괜히 마음이 내려앉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봄 교실 간식은 당연히 빼빼로로 결정! 빼빼로 과자를 보자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선생님, 오늘 간식이 빼빼로예요?"
"와! 돌봄 교실 최고다!"
"나 오늘 빼빼로 세 개째야!"
"좋겠다. 난 아직 한 개도 못 받았는데..."
순식간에 행복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작은 과자 하나가 교실 전체를 축제장으로 바꿔버렸다.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건 아이들의 웃음이었다. 과자 하나에도 저렇게 즐거워하는 아이들, 이 맛에 일할 맛이 난다.
그때, 우리 반 공식 커플 민제와 예진이의 빼빼로 교환식이 자연스레 펼쳐졌다. 민제가 슬쩍 주머니에서 꺼내며 말했다.
"예진아, 이거 받아. 내가 직접 고른 거야."
포장된 빼빼로 한 상자였다.
예진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조심스레 대답했다.
"고마워... 나도 준비했어."
그러고는 분홍 리본이 달린 초콜릿 과자를 내밀었다.
"또 시작이네~"
아이들이 일제히 놀리자, 둘은 붉은 웃음을 지었다.
서로의 빼빼로를 꼭 쥔 손끝이 참 예뻤다.
그런데, 그 뒤로 예상치 못한 '깜짝 이벤트'가 이어졌다. 시온이가 조용히 다가오더니 말했다.
"선생님, 이건 엄마가 선생님 드리라고 주셨어요."
그 말을 시작으로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내 책상 위엔 어느새 작은 빼빼로 상자들이 쌓였다.
"이건 제가 반쯤 먹다 남은 거예요. 그래도 드릴래요."
"저는 리본 달았어요! 예쁘죠?"
빼빼로보다 더 달콤한 건 아이들의 마음이었다.
초콜릿보다 더 큰 기쁨이 밀려왔다.
'챙김을 받는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책상 위엔 크고 작은 빼빼로들이 쌓였다. 아이들은 서로 받은 걸 자랑하느라 분주했고 나는 받은 빼빼로를 아이들과 나눠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큰 이벤트 없는 소소한 일상이지만 빼빼로데이가 선물해 준 기쁨은 내게 또 하나의 감동 초콜릿과 같은 달콤한 하루였다.
#돌봄 교실
#빼빼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