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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줄넘기 도전

쌩쌩한 아이들과 헐떡이는 선생님

by 빛나다온

아이들의 음악 줄넘기 시간은 언제나 에너지가 폭발한다. 음악줄넘기는 음악과 율동을 결합하여 지루함 없이 높은 운동 효과와 정신 건강 증진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전신 유산소 운동이며 아이들 성장판을 자극하여 키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줄넘기 수업을 할 때면 난 안전 요원 겸 관찰자의 사명을 띠고 아이들을 지켜보곤했다. 오늘은 달랐다. 줄넘기 강사님의 지도 방식이 너무나 체계적인 데다 시범은 또 얼마나 멋진지 마치 무림 고수가 경쾌한 리듬에 맞춰 스텝을 밟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홀려버렸다. 거기에 음악까지 신나니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에이, 나도 어릴 때는 줄넘기 좀 했었는데!" 호기심이란 녀석이 또다시 나를 부추겼다.


강사님께 조심스럽게 맨 뒤에서 따라 배워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했다. 운동화로 갈아 신고 소강당 맨 뒤에서 줄넘기 줄을 잡자마자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선생님도 줄넘기할 거예요?"
"응, 선생님도 배우려고! 같이 열심히 해보자~"
내가 끼어들자 아이들은 더 신난 듯, "선생님을 꼭 이기고 말테야!" 하는 심오한 표정들을 지으며 경쟁심을 불태웠다.

경쾌한 음악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였다. "후훗, 이 정도 기본 동작은 거저지 거저" 가장 기본인 줄만 넘는 동작. 50번, 80번... 아직까진 즐거운 몸풀기였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쿵짝쿵짝 신나는 비트에 맞춰 양발 모았다 벌렸다 뛰기와 크로스(X자)로도 뛰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쌩쌩하다. 심지어 1학년 친구는 얼굴 하나 안 찡그리고 '쌩쌩이(이단 뛰기)' 시도까지~ '아이들의 체력과 실력에 또 한 번 감탄!' "음악 줄넘기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를 정말 잘했지" 라며 우쭐한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150번째를 넘어서자마자 숨이 슬슬 차오르기 시작했다. 폐가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는 것처럼 헐떡거렸다. 강사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 쉬지 않고 갑니다! 이번엔 크로스 뛰기! 이번엔 양발 모았다 벌려 뛰기!" 난 걸리고 다시 시도하고... 실수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포기란 없다. 이내 다시 하기를 반복하는 이쁜 아이들! 다양한 동작을 연속으로 펼치는데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비상벨이 울리고 있었다. 겨우 200번을 넘겼을

뿐이다. 나는 줄을 내려놓고 그대로 벽에 기대앉았다. 심장은 드럼 연주를 하는 것처럼 뛰고 얼굴은 불덩이가 된 것 같았다.


운동을 평소에 하고 있던 터라 자신만만했는데 아니 웬걸 제자리에서 뛰는데도 이렇게 힘들 일인가~~


아이들도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헐떡거리는 내 모습을 발견한 2학년 친구가 나에게 달려왔다.

"선생님! 왜 앉아서 쉬고 있어요?"

'자기는 아직 괜찮은데 왜 그러고 있냐?'는 듯한 표정으로 내 앞에서 2단 연속 뛰기를 계속한다. 꼭 날 약 올리는 것 같았다. ㅎㅎ

"선생님은... 지금 너희들이 너무 잘 뛰어서 감탄하고 있었지!"

(속으로 '한탄 아니고 감탄 맞아... 중얼중얼)


그렇게 나는 '음악 줄넘기 도전자'에서 '관객'으로 급하게 포지션을 변경했다. 다음 주엔 기필코 500번을 채우리라. 2단 연속 뛰기도 5번은 하겠노라고 굳게 다짐했다. 이미 아이들은 3월부터 주 1회 음악줄넘기를 꾸준히 배워왔었다. 그렇다 해도, 아이들의 체력은 정말 경이롭다. 역시 어리니 다르긴 다르구나.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잘했을 텐데...' 나름 핑계를 대며 다시 줄을 잡았다.


아이들과 함께한 음악줄넘기 도전,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고 재미있었다. 다음 주엔 과연 실수 없이 연속 '500번 도전'과 '이단 연속 뛰기' 성공으로 아이들보다 잘할 수 있을까?


연휴기간이라 댓글창도 잠시 휴식^^




#돌봄 교실

#음악 줄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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