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춘기(更春期), 왜 상실감이라는 덫에 스스로 갇히는가?
갱춘기에 우리가 붙잡지 말아야 할 단어는 무엇일까?
우리는 갱춘기를 겪으며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중년의 일탈을 넘어, '나의 본질'을 찾기 위한 중요한 몸부림이다. 하지만 이 혼란 속에서 반드시 경계하고 피해야 할 무의식적 선택이 있다. 바로 '상실감(喪失感)'이라는 단어이다. 성취감은 잠시지만, 잃어버릴 때 선택하는 상실감은 더 크고 길며 깊은 상처를 남긴다. 갱춘기의 가장 큰 위기는 이 상실감이라는 부정적 감정의 늪에 스스로 발을 담그는 데 있다.
책임감의 무게가 우리를 상실감이라는 덫에 빠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60세에 가까워질수록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권과 더불어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보직을 맡게 된다. 이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는 생각과 감정이 단단해야 하는데, 갱춘기에는 가족 구성원의 변화, 호르몬 변화, 신체적 무기력감, 생각과 감정의 혼란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진다. 이 혼란 속에서 '단단함을 꼭 부여잡아야 견딜 수 있다'는 자기합리화에 빠지게 된다. 이 합리화는 주변의 모든 상황과 관계를 자기중심적 사고로 고착화한다. 심지어 가족 간의 관계마저 서운함으로 점철되어 악순환의 동굴로 들어가게 만든다. 이 책임감의 무게가 커질수록,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부여잡고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간절한 소유욕이 역설적으로 우리를 왜 갱춘기의 무게에 짓누를까?
갱춘기를 견뎌내는 힘을 갖기 위한 자기중심적 사고는 모든 상황과 관계에서 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을 부여잡게 만든다. 겉으로는 의연하고 당당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 내면은 유약하고 자기 결정권에 대한 두려움을 선택하며 번복하는 자신과 싸우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생각과 감정이 곧 상실감을 선택하게 한다.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잃지 않으려는 간절함이 곧 상실감이기 때문이다. 즉, 상실감은 가지려는 소유욕과 동일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버리고, 비워 생각과 감정을 깃털처럼 가볍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유한 것 외에도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 욕심 때문에 갱춘기의 무게감에 짓눌린다. 생각과 감정은 비우고 싶어 하지만, 무의식적 감정 선택은 소유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아이러니가 우리를 고착화시켜 상실감마저 상실하는 혼란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상실감이 집안을 쓰레기 창고로, 관계를 집착의 굴레로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실감은 우리의 일상과 관계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낯선 상황을 만든다. 가장 흔한 예가 물건에 대한 집착이다. 상실감은 '집안의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며, 심지어 버려진 남의 물건도 '내게 필요한 용도로 사용하면 내 것이 된다'는 확신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아버지께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실 때 쓰레기 같은 물건들을 집으로 가져오셨던 것처럼, 우리는 물건에 대한 알 수 없는 소유욕으로 집안을 채우려 한다. 또한, 상실감은 관계에서도 '끊어 내지 못하고 집착'하는 양상으로 나타나며, '고착화된 무의식적 자기합리화'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낯선 것보다는 익숙한 것에 집착하게 만들며 성장의 문을 닫아버린다.
갱춘기의 혼돈 속에서 나만의 깃털처럼 가벼운 지도를 어떻게 그려야 할까?
갱춘기가 두 번째 기회라면, 우리는 상실감의 무게가 아닌 성장의 가벼움을 선택해야 한다. '나'라는 존재의 규칙과 가치관을 다시 쓰는 이 소중한 시간에, 아래의 항목들로 나만의 '갱춘기 지도'를 그려보자.
1. 나와의 대화를 꾸준히 하고, 내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기록하기: 자기중심적 사고를 '객관적 자기 인식'으로 전환하는 첫 단계이다.
2. 낯선 상황이 무엇인지 안테나를 세우고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무의식적 집착이 아닌 의식적인 선택을 하도록 훈련한다.
3. 독서와 글쓰기로 다양한 철학자를 만나고 세계관 넓히기: 좁아진 자기중심적 사고의 틀을 깨고 시야를 확장한다.
4. 꾸준한 대회 신청으로 운동에 손 놓지 않고 사소한 일에 집중하고 실천하기: 신체적 무기력감을 극복하고, 작은 성취감(깃털 같은 가벼움)을 일상에 심는다.
결국 두 번째 청춘, 갱춘기는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요구하고 있을까?
갱춘기는 중년의 위기가 아니라, '소유'에 집착해 무거워질 것인지, 아니면 '비움'과 '성장'을 선택해 깃털처럼 가벼운 두 번째 청춘을 맞이할 것인지를 묻는 삶의 강력한 질문이다. 이 불편하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고, 상실감 대신 성취감을 선택하며 나만의 '갱춘기 지도'를 완성해 나가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