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 TV를 보는데,
그녀가 엄마가 자주 만들어주셨다는 김밥을 싸고 있었다.
박이 곱게 들어간 김밥이었다.
어릴 적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그 음식이 그냥 자신의 소울푸드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어린 시절이 서늘하게 떠올랐다.
평일에는 늘 엄마가 병원 일로 바빴고,
주말 아침이면 참치캔을 따서 밥에 대충 비벼주던 기억이 났다.
이상하게도,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소울푸드’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고소영은 엄마가 전업주부였다고 했다.
우리 엄마는 완벽한 전업주부도,
완벽한 커리어우먼도 아니었다.
집에 있으면서도 늘 무언가 더 큰 꿈을 품고 계셨고,
그 꿈의 무게를 조용히 자기 어깨에 얹어놓고 사셨다.
그 시절의 나는 그저,
엄마가 온전히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랐다.
지금도 그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마음 편히 엄마에게 기대어보고 싶고,
아무 걱정 없이,
잠시라도 웃으며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그런데 문득,
고소영이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혹시 나도 모르게
내 아이들에게 나와 같은 ‘엄마의 빈공간’을 남기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내 꿈을 좇느라 아이들과 있어도,
마음이 절반쯤 다른 곳에 머물러 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많은 감정이 겹겹이 밀려왔다.
서글픔도, 아쉬움도, 그리고 조용한 다짐도 함께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
나를 위로해주는 마음이 남았다.
고소영의 엄마와 내 엄마는
서로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았지만,
딸을 깊이 사랑하셨을 거라는 것.
우리 엄마도, 나를 깊이 아끼고 사랑하셨다.
그건 단지 엄마가 나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아마도 엄마 마음이 편치 못했던,
설명되지 않는 어떤 이유들이 있었을 뿐이다.
나도 이제 편안해지고 싶다.
내 미래의 꿈을 향해 가는 걸 멈추지는 않겠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놓치지 않을 거다.
먼 미래만 바라보다가,
아이들과의 온전한 추억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아이들에게도 언젠가 마음을 따뜻하게 적시는 소울푸드를 만들어주고,
평생 잊지 못할 작은 루틴을 남겨주고 싶다.
결국, 세상에는
참 많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엄마들이 있다.
누구는 집에 머무르고,
누구는 일터에 서 있고,
누구는 늘 바쁘고,
누구는 아이 곁에 오래 머무른다.
그 모든 다른 풍경 속에도
하나만큼은 같다.
어떤 자리에서든, 어떤 모습으로든,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모두 똑같이 간절하다는 것.
아마 그것이,
고소영과 나의 가장 큰 공통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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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색이 궁금한 당신께
“이 감정화는 Sooya의 Healing Art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그림은 터치하면 크게 보여요)
[Healing No.3] 분홍빛 위로
“엄마가 된 후, 내 안에서 새로 태어난 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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