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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미국, 핵을 향한 북진

by 홍종원

백악관 지하 상황실. 미 대통령 로버트 제임스는 정찰 영상이 비치는 스크린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영변, 풍계리, 그리고 사라진 핵 표식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아무것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합참의장 리처드 헤일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확보된 시설은 모두 비어 있습니다. 북한이 백두산 폭발 직전에 핵을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위치는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회의장 안은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누구도 놀라거나 격앙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자리의 모든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 북한이 붕괴된 순간부터 완벽한 승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로버트 제임스 대통령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핵을 찾는다고 움직일 때가 아닙니다. 먼저 혼란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양은 한국이 들어가게 두고, 우리는 동해 쪽을 맡겠습니다.”


국방장관이 바로 응답했다.
“강원도에 상륙군을 투입하겠습니다. 대외 발표는 ‘핵 확산 방지 작전’으로 하겠습니다.”


대통령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단호하게 덧붙였다.
“핵을 당장 찾지 못하더라도 누가 이 지역의 안보 구조를 설계할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합니다. 강원도는 그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자리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 무렵, 강원도 고성 앞바다. USS 베스터빌은 해무를 가르며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상륙정들이 해안을 향해 줄지어 들어오자, 해안 지휘소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더 멀리 동해 수평선 위에는 항공모함 전단이 정박해 있었고, 그 거대한 실루엣은 ‘작전’이 아니라 ‘주둔’을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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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합참의장 박태식은 창밖을 바라보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곁에 서 있던 서지훈 국가안보실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저들은 핵을 찾으러 오는 게 아닙니다. 여기에 자리를 잡겠다는 의도입니다.


지휘소 뒤편에 서 있던 장교들 사이에 잠시 웅성거림이 일었다. 일부는 여전히 “통일을 앞당기는 과정일 것”이라 믿고 싶어 했지만, 상륙 위치와 미군의 장비 배치는 그것이 일시적 작전이 아니라 장기 주둔을 전제로 한 배치임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서지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핵이 사라진 것도 큰 문제지만, 미국이 이곳을 떠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큰 문제입니다.”


그 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 별관. 중국 국가주석 리웨이는 보고서 한 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참모들을 둘러보았다.
“미군이 강원도에 상륙했다는 게 확인됐습니까?”


외교부장 천하오가 조용히 대답했다.
“예. 공식적으로는 핵 수색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목적은 동해의 제해권 확보로 보입니다. 미국도 핵이 사라졌다는 걸 알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리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북부 지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완충지를 확보했습니다. 지금은 미국과 정면으로 부딪칠 이유가 없습니다.”


천하오가 덧붙였다.
“미국이 강원도에 들어선다고 해서 한반도를 완전히 장악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한국 내부의 움직임을 활용하면 됩니다.


리웨이는 조용히 결론을 내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위치입니다. 미국은 서두르고 있고, 우리는 때를 볼 것입니다.”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대통령 세르게이 볼코프는 비공개 회의실에서 해군 지휘부를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는 얼어붙은 바다가 보였고, 방 안은 조용했다.


볼코프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미국이 강원도에 들어갔다고 해서 우리가 당장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의 주된 목표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지, 우리를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닙니다.


안보서기 드미트리 그리신이 차분히 말을 이었다.
“핵은 사라졌지만, 그 핵이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반드시 다시 등장할 것입니다. 미국은 그 순간을 대비해 위치를 선점한 것이고, 중국은 반대편에서 시간을 벌고 있습니다.”


볼코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정리했다.
“우리는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한반도는 지금 전쟁터가 아니라, 기회를 기다리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조급하게 움직이는 쪽이 결국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청와대 지하 위기관리센터. 윤현우 대통령은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잠시 말을 멈췄다. 벽면에 걸린 한반도 지도 위에는 강원도와 북부 지역에 새로운 표시가 그어져 있었다.


서지훈 국가안보실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국은 핵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강원도에 주둔하면서 한반도 안보 구조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태식 합참의장이 단호하게 덧붙였다.
“중국은 이미 북부 국경을 장악했고, 러시아도 조용히 세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굳어지면 북한은 분할된 상태로 고착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통일을 추진할 명분 자체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최민우 외교장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반도가 다시 네 개 강대국이 서로 관리하는 지역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사실상 결정권을 잃게 됩니다. 통일은커녕, 중간 국가로 머물 위험이 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윤현우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핵의 위치가 아닙니다. 한반도의 미래 방향이 우리 손을 떠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통일로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분할 구조 위에 서 있는 겁니다.


그는 펜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미국은 충돌을 피하면서도 우리를 통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직접적 개입은 피하면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 틀 안에 갇히는 순간, 한반도의 미래는 우리 손을 떠나게 됩니다.


윤현우 대통령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시선을 들었다.
이제 우리는 통일을 목표로 하는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앞으로의 질문은 ‘한반도의 질서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입니다. 그 주도권을 우리가 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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