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엄마

너는 자라고 나는 사라졌다 다시 피어난다

by 마마Spence

북창동 순두부집 한편에서


나는 종종 너의 마음을 기다린다.

끓는 순두부 국물을 떠서 너의 밥에 비벼주고,

뼈에서 부드럽게 떨어지는 갈빗살을 발라

네 입에만 넣어준다.

나는 먹지 않아.


손으로 가시를 발라낸 흩어진 생선살을 네 밥 위에 모아 올려놓으며 나는 조각났던 나를 조금씩 모은다.

세 가지 생의 기억을

한 그릇에 담아보면서.


너의 외할머니, 내 엄마는 한국에서 돌아가셨어.


나는 뉴욕에 있었다. 코비드가 한창일 때,

낯선 사람들의 마지막 바이탈을 모니터 하며

IV 약물을 쏟아붓고 벤틸레이터를 붙잡고

남의 엄마를 살려보겠다고 애썼는데,

정작 내 엄마는 내 손끝에 머물지 못하고

조용히 떠나갔다.


그 밤이 아직도 생각난다.

소독약 냄새가 밴 간호사 유니폼과

PPE에 눌려 움푹 팬 얼굴,

의식 없이 기계에 의지한 사람들 앞에서

덤덤히 리포트를 주고받으며

오늘도 무사함에 감사하다고 기도했지만,

그날 내 엄마를 위한 기도는 남아 있지 않았다.

엄마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알지 못한 채


부엌에서 끓던 김치찌개 냄비 위로

내가 전하지 못한 작별 인사가

김처럼 가끔 피어오른다.


어떤 날은 아직도


엄마가 좋아하던 국물을 한 숟갈 뜨며

엄마의 노래를 찾는다. 소금기 사이에 숨어 있는

엄마의 숨결을 더듬는다.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이

입안에서 돌덩이처럼 굳어 무겁고

목이 메어온다.


나는 엄마가 좋아했던

국물의 김에 내 얼굴을 비벼본다.

입안에 넣지 못하고 입에서 뱉어난다


건너가지 못했던 바다와 하늘,

타지 못했던 비행기,

차라리 믿지 않았던 그녀의 죽음,

지켜주지 못한 엄마의 곁,

무심하고 안일했던 당신의 딸을

언젠가는 용서했을까.


그러면서 딸, 너를 떠올린다.


한국에서 낳았던 너, 한국 여권을 가진 너

어렸을 땐 한국말이 참 또렷했지.

할머니와 통화할 때 노래하듯 말하던 너였는데

이제는 다른 언어가 너를

조금씩 더 멀리 데려가고 있구나.


너는 이제 너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너의 길로 천천히 그러나 빨리도 당차게 걸어가더라.

언젠가는 뒤도 안 돌아보고 저 멀리

뛰어갈 날이 점점 더 빨리 오겠지.


나는 종이학을 접는 엄마일지도 몰라

날카롭게 접어두고

바이올린 활줄처럼 팽팽히 당기기도 해.

너를 위한 수많은 스케줄이

너를 위한 나의 강박이

너를 지켜줄 거라 믿었던

나만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바람 사이에

언제나 미안함과 두려움이 숨어 있어.

내 행동들을 늘 의심해.

내가 접은 주름들이

너를 얇게, 쉽게 찢어놓았을까 봐.

너의 웃음이 가끔

내 욕망에 갇히는 건 아닐까 끔찍하게 두려워.


그래도 나는 오늘 또 마음을 다잡는다.

우리 둘만의 부드러운 리듬을

꼭 찾아낼 수 있기를.

네가 너만의 목소리로

자유롭게 삶을 노래하는 것,

나는 너를 다시 듣는 법을

배워가기를.


내 엄마에게 올려 보내지 못했던

내 안에 살고 있는 어린 내가 쓴 편지,

너에게,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너를 아프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너에게

내려보내주기를.


나는 지금 병원에서 12시간을 채우고 있어.

너를 생각하면서.


배가 고프고 유니폼이 헐렁해야 안심이 되는 나야,

오늘 그런 내가 유난히 불쌍하고 아파,

대한민국에서 사랑받는 여자로 살고 싶었던 어린 날들의 잔상이 아직도 여전히 조각조각 내 살을 찢어놔야

안심이 되는 나야


다른 엄마들처럼 늘 곁에 있지 못해

늘 미안하지만 이상하게 안심이되,

내 옆에서 네가 나를 거울처럼 비출까 너무 두려워


내일 아침,

너를 보면 울 것 같아

오늘은 유독 그런 날이야.


미안해

그런데 사랑..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