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의 기승전결 EP.0
학창 시절에 누구나 좋아하는 과목 하나가 있었던 것처럼 역사 과목을 좋아했다.
특별한 계기나 신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옛날얘기 듣는 것 같았고, 상상력이 더해지니 판타지 소설 같다는 생각도 했다.
단군설화부터 대한민국까지 이어지는 한국의 유구한 옛날이야기를 듣고, 시기별로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면서 ‘언젠가 국보 문화재를 전부 보겠다’는 위시리스트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이후, 성인이 되고 여행하면서 간간이 지역 문화재도 보긴 했지만 위시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거나, 뭔가를 남기거나, 사색하거나, 공부하진 않았다. 솔직히 역사 관광지에 갈 때마다 위시리스트가 떠올랐지만 그저 떠올랐을 뿐, 그냥.. 지나갔다.
그러던 중, 연초에 약 4년간 다니던 직장을 떠났다. 시간이 생기니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고 지금 이걸 해볼 수 있는 적기가 아닌가 싶었다. 할 것도 없고 여유를 갖기로 했으니 할 수 있을 때 경험해보자 싶었다.
다만, 그 경험을 글로 옮길지는 고민이었다. 일단 귀찮은 일이다. 경험을 글로 남기려면 내가 느낀 무형의 감정을 유형의 글로 풀어내야 한다. 풀어내다 보면, 더 좋은 표현을 찾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느끼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만들어두면 오래가지 않아 이 일을 쉽게 그만둘 것 같았다.
그럼에도 ‘해보고 생각하자’는 마음에 글을 써서 남기기로 했다. 큰 이유는 없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그냥저냥 하다 보니 하게 되는 것도 있지 않은가. 해보고 포기하는 것과 시작도 하지 않는 것 중에 전자가 나을 것 같기도 했다. 지금 기록해 두면 나중에 추억거리라도 되지 않겠나 싶었고 혼자 여행하고 느낀 걸 글로 남기면서 표현에 대한 욕구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글을 타인에게 공유하는 건 얘기가 다르다. 모든 콘텐츠가 그렇듯이 글도 취향을 탄다. 타인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글 쓰는 입장에서 내 글이 ‘수요 없는 공급’이 되는 것만큼 민망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 없다.
그럼에도, 글 쓰는 입장에서 내 글이 읽히는 것만큼 재밌고 뿌듯한 일이 없다. 개인적으로 내 경험과 느낌을 글로써 자랑하고 싶어서, 대의적으로 나의 경험과 감정 표현이 누군가에게 간접 경험이 되고 정보를 제공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글을 공유하기로 했다.
상당히 긴 여행이 될 것 같다. 현재 국보로 등록된 국가유산만 총 365건(부속문화재 포함)이다.¹ 매일 찾아가도 1년, 한 주에 한 곳만 가도 대략 7.6년이 걸릴 테니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 글 쓰기 위해 급하게 다녀오거나 일처럼 해치우진 않기로 했다. 앞에 말했듯이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가득 안고 위시리스트를 채우고 싶진 않다. 이 일을 처음 계획한 건 7월인데 11월이 되어서야 프롤로그를 다시 쓰고 있고, 여태껏 2곳만 다녀왔다. 앞으로는 더 부지런해지려 하나 지금의 속도가 좋다. 목표는 그저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다.
여태껏 2곳만 다녀왔지만 좋았다. 최근 들어 가장 시원한 물줄기를 봤고, 충청도 산세가 높다는 걸 새삼 느꼈다. 교과서에 한 줄로 나와 있던 인물에게도 호기심이 생겼다.
설레는 마음이 크다. 365개에 담긴 수많은 스토리를 알게 될 테니 말이다. 내가 느낀 여행 경험이 많은 분께 닿아 티끌이나마 나눠지고 도움이 되는 글이 됐으면 좋겠다.
(참조)
1.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 국가유산 종목별 검색(국보)(202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