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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III

2025년 12월 4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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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4일 — 다시 숨을 찾는 순간


오늘의 역사

1991년 12월 4일 — 레바논에서 7년간 억류되었던 기자 테리 앤더슨 석방

고요해야 할 일상이
폭력과 혼란에 잠식되던 시대,
한 인간은 오랜 어둠 속에서
시간의 얼굴을 잃어가며 버텼습니다.

그리고 2,454일의 긴 침묵 끝에
그는 마침내 빛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오늘의 역사는 묻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자유와 숨결은
사실은 아주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되돌아오는 길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오늘의 에피소드

아침 대합실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벤치에 앉아
작게 떨리는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출근 인파 속
그의 굳은 어깨를 눈여겨본 이가 있었는데,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 따뜻한 종이컵을 건넸습니다.

“따뜻한 물이에요. 천천히 드세요.”

말은 짧았지만
그 손길엔 오래 묶여 있던 매듭을
살며시 풀어주는 힘이 있었습니다.

잠시 후
남자의 표정은 조금씩 풀어지고
그는 아주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자유를 되찾는 과정도
그렇게 작은 온도로부터
조용히 다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기도

오늘,
내 안에 오래 갇혀 있던 것들이
조금은 풀려나게 하소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도,
시간 속에 잠겨 있던 외로움도,
사라지지 않더라도
움직일 수는 있게 하소서.

작은 온기를 알아보는 눈을 주시고,
지나가는 이의 떨림을
흘려보내지 않는 마음을 주옵소서.

누군가를 억누르는 말이 아니라
누군가를 풀어주는 숨결이
내 입술에서 흘러나오게 하시며,

내 하루가
나를 구속하는 벽이 아니라
내가 다시 나아갈 길이 되게 하소서.

어둠이 길어 보이는 순간에도
희미한 빛이 이미
안쪽에서 움트고 있음을
놓치지 않게 하시고,

내가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돌아오는 중이었다는 것을
언젠가 고요히 깨닫게 하소서.

오늘의 한 줄기 숨이
다시 사는 쪽으로
나를 이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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