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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III

2025년 12월 5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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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5일 — 오래 닫혀 있던 문이 다시 열릴 때


오늘의 역사

1933년 12월 5일 — 미국, 금주법 폐지(21차 수정헌법 비준)

과도한 통제는 결국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다른 그림자를 키우곤 했습니다.
술을 금하는 법은
폭력과 밀수를 부르고
일상의 숨결을 더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날,
사회는 스스로의 오류를 인정하고
닫아두었던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오늘의 역사는 조용히 속삭입니다.
잘못된 길을 되돌아 나오는 용기는
또 하나의 새벽이라는 것을.
무너짐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재정비라는 것을.


오늘의 에피소드

퇴근 시간의 버스 안,
한 중년 남성이
손에 쥔 메모지를 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화내지 않기.”
삐뚤빼뚤한 글씨였지만
그 안엔 오래 잠겨 있던 다짐의 빛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그 남자는 아침에
아이에게 사소한 일로 언성을 높인 뒤
스스로도 마음이 무거웠던 모양이었습니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그의 손도 가볍게 떨렸습니다.
하지만 내릴 무렵
그는 메모지를 조심스레 접어
가슴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닫혀 있던 마음 한쪽이
아주 미세하게 열리는 순간.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그 문이 열리는 자리에서
우리는 조금씩 나아집니다.


오늘의 기도

오늘,
내가 스스로 잠갔던 문들을
하나씩 바라보게 하소서.

부끄러움도
회피도
설명이 되지 못하던 감정들도
조용히 이름 붙이며
나를 다시 이해하게 하소서.

돌아오는 길이
항상 굴욕이 아님을,
때로는 가장 용기 있는 선택임을
내 심장 깊은 자리에서 깨닫게 하소서.

누군가에게 상처 준 기억이 있다면
그 상처의 궤적을 외면하지 않게 하시고
작게나마 다시 건네는 말과 행동에
따뜻한 숨결을 실어 보내게 하소서.

내 마음을 가두던 법을 지우고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던 숨 한 모금을
오늘은 부드럽게 들이마시게 하시며,

열림과 회복의 빛이
아주 느리게라도
나의 하루를 채우게 하소서.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조심스레 밖으로 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평온의 길이 함께하기를,

그리고 나 또한
그 길 위에서
다시 맑아지는 쪽으로
흘러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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