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7일
1941년 12월 7일 — 진주만 공격 발생
고요하던 아침을 찢고
세계를 뒤흔든 폭격이 시작되던 순간,
인류는 다시 한 번
평화가 얼마나 연약한지,
또 얼마나 쉽게 시험대에 오르는지
깊은 상처로써 배웠습니다.
오늘의 역사는 말합니다.
분노가 선택한 길은 언제나 그림자를 남기고,
이해와 경청이 외면당할 때
비극은 문턱을 넘어온다고.
그러나 폐허 속에서도
인간은 결국 다시 평화를 이야기하는 존재임을
역사는 조용히 증명합니다.
늦은 오후, 버스 창가에 앉은 노신사 한 분이
양손에 꽉 쥔 종이백을 바라보며
오래된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그의 맞은편에 앉은 어린아이가
몸을 내밀어 봉투를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그거 선물이에요?”
노신사는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오래 연락 안 했던 친구에게 건네려고 하는구나.
사소한 오해로 멀어졌는데…
이제는 그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서.”
아이의 눈이 반짝였고,
버스는 부드럽게 흔들리며
두 사람 사이에 작은 온기를 흘려 보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은
가장 조용한 순간에 피어오르고,
그 작은 화해의 움직임이
세상의 크고 깊은 상처에도
언젠가 닿을 수 있음을
그 노신사는 묵묵히 보여주었습니다.
오늘,
내 마음에 쌓인 오래된 굳은장을
하나씩 풀어가게 하소서.
말하지 못한 서운함도
내 안에서 부풀어진 두려움도
적막한 곳에 눌려 있던 분노도
조금씩 결을 낮추어
부드러운 숨으로 변하게 하소서.
상처는 언제나
이해받지 못했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오니,
내가 듣지 못한 목소리를 듣게 하시고
내가 보지 못한 표정을 보게 하소서.
전쟁은 멀리 있는 사건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은 틈에서도
소리 없이 피어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시며,
그 틈에 먼저 손 내밀 용기를
오늘의 나에게 허락하소서.
말 한 줄, 미소 하나,
조심스레 내민 손끝이
누군가의 무너졌던 세계에
아주 작은 평화의 문을 열어줄 수 있다면,
그 일을 주저하지 않는 마음을 주소서.
그리고 오늘,
나의 하루 위에도
바람이 지나간 자리처럼 조용하고 넓은
평온의 빛이 깃들게 하시어
세상과 나를 다시 잇는
온화한 길이 펼쳐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