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37 : 한국으로의 귀환
후쿠오카에서 배편으로 한국 땅을 밟았을 때,
내 발걸음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옆에 있어야 할 기철이의 빈자리는 마치 심장에 뚫린 구멍처럼 시렸다.
일본에서 겪었던 일들은 꿈결처럼 아득했지만,
기철이 육중한 철문 속에 갇히던 마지막 순간의 모습만은 선명하게 뇌리에 박혀 나를 짓눌렀다.
그의 절박한 눈빛은 거울처럼 나의 무능함을 비추는 듯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경찰서를 찾아갔다.
차가운 형광등 불빛 아래,
낯선 행정 절차의 벽은 일본의 갤러리만큼이나 높고 견고했다.
창구에 앉은 경찰관은 내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규정집을 읊듯 차분하게 질문을 던졌다.
"납치된 장소는 정확히 어딥니까?
납치범은 누굽니까?
최기철 씨의 인적 사항은요?"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최기철'이라는 이름뿐,
그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그의 주소도, 정확한 출생 연도도 알지 못했다.
나는 마지막 희망을 부여잡고 그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주었다.
경찰관은 무심한 표정으로 번호를 조회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 번호는 대포폰입니다. 발신지가 특정되지 않고, 명의자 정보도 없습니다.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유일하게 붙잡고 있던 실낱같은 희망마저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경찰관은 난처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죄송합니다만, 이런 식으로는 저희도 수사에 착수하기 어렵습니다.
일본 경찰에 먼저 신고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의 친절한 설명은 내게 마치 거대한 벽에 부딪힌 메아리처럼 허무하게 들렸다.
그들의 눈에는 내 이야기가 한낱 허황된 소설처럼 들릴 뿐이었다.
다시 한번 용주 형을 찾아가 도움을 청해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지난밤 술자리에서 보았던 용주 형의 단호한 눈빛이 떠올랐다.
유태경에 대한 그의 맹목적인 신뢰는 그 어떤 논리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세상에 나를 도울 이는 아무도 없는 듯했다.
유태경은 코끼리 바위의 유물을 가지고 그림자처럼 자취를 감춰버렸다.
한초희도 자취를 감추면서 한수련 부원장님을 다시 만날 희망마저 사라져 버렸다.
이제 기철이마저 일본의 이시하라 켄지에게 붙잡혀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다.
내 손안에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실마리가 끊어지고, 모든 가능성이 사라졌다.
나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작은 조약돌처럼,
속절없이 떠밀려가는 무기력감에 휩싸였다.
내 안의 모든 것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한낮의 도로변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견딜 수 없는 절망감에 무릎을 꿇고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었다.
"야! 유태경!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와!"
나의 외침은 텅 빈 골목을 찢고 허공으로 흩어졌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마치 더러운 것을 피하듯 나를 경계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들의 시선은 나를 투명인간처럼, 혹은 불쾌한 이물질처럼 대했다.
내가 아무리 절규해도,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