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거울에 비친 피에로의 가면이 걷히자,
발목을 옥죄던 쇠사슬이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단숨에 끊어졌다.
그 족쇄가 풀리자, 몸은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조금씩 조금씩 지면에서 떨어져 하늘 위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발아래로 세상이 아득하게 펼쳐졌다.
점점 더 높이 날아오르자, 아래로 에덴 보육원이 보였다.
낡고 초라했던 건물이 아닌,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평화롭게 웃고 떠들며 뛰어노는 모습이 보였다.
운동장 옆 화단에는
한수련 부원장님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는 더 이상 슬픔에 잠겨 있지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모든 고통이 정화된 듯한 평온함을 담고 있었다.
그곳을 뒤로하고 더욱더 높이 날아올랐다.
시선은 저 멀리 보이는 코끼리 바위를 향했다.
거대한 바위는 여전히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다.
사뿐히 코끼리 바위 위에 내려앉았다.
차가운 바위의 감촉이 느껴지는 순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거대한 바위는 마치 생명을 얻은 듯 몸을 흔들더니,
살아있는 코끼리가 되어 힘껏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 육중한 몸이 날개라도 단 듯 가볍게 창공을 가르기 시작했다.
과거의 그림자는 더 이상 나를 묶어두지 못했다.
이제 완벽하게 자유로웠다.
서커스단을 벗어난 코끼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