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을 먹다.

약 복용 후

by grassrain

의사 선생님은 검사 결과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약복용을 권유하셨다.

머릿속엔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그 정도로 힘들진 않은데…’, ’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되고서 복용해도 된다는 선생님의 부연 설명 뒤에, 내가 한 첫 번째 질문은

“전 지금 너무 아무렇지도 않고, 약 도움 한번 없이 평생을 지금처럼 살아왔는데… 그렇다면 전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걸까요?”

“약을 먹어서 느낄 수 있는 효과가 과연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약복용에 대한 설명을 다 듣지 않아도 ‘역시나 먹어야 하는구나…’ 모든 생각의 끝에 드러냈다. 약복용을 결심했다.

초반엔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향했다. 나에게 맞는 약과 약의 양을 찾기 위함이라 하셨다. 병원 방문 전, 단 한 번의 힘들었던 공황증상을 제외하고 일상생활이 크게 불편하지 않아 별다른 기대도 없던 나는, 생각지도 못한 변화들을 맞이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극심한 우울증과 함께 불안함을 겪기 시작했다. 약 복용의 시작과 동시에 감정이 또렷해졌다. 마치 양파처럼 얇고 질긴 보호막을 벗겨내자, 썩어 문드러진 속살이 드러난 듯했다. 당황스러웠다. 하나같이 모두 다 익숙한 감정들이었다. 내가 과거에 겪었던 기분이었다. 잊고 있던 과거의 내가 다시 된 것 같았다.

양 입가와 광대 사이에 있었을 근육이 끊어져 나간 듯하다. 입꼬리 올리는 방법을 잃었다.

두 눈은 뻗어나갈 방향을 잃었고 초점 맞추는 법 조차 잊었다.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을 거스르지 못하고 맨 땅바닥에 들러붙는다. 나의 모든 게 아래로 흘러내린다.

날 잊었을 거라 믿었던, 그가 돌아왔다. 그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동안 나도 그도 많이 변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grassrain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글쓰기에게 치유 당하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이는게 아주 많~이 부끄럽지만 그 누군가에게 나의 글이 작은 토닥임으로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6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6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