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 마지막 탈출 재난영화 리뷰
하루에도 수백만 명이 타는 서울 지하철. 폭우가 쏟아지거나, 뉴스에서 ‘하저 터널’ 관련 이슈가 나올 때면 문득 이런 상상이 떠오를 때가 있다. 강물 아래를 지나던 열차에 금이 가고, 그 틈으로 물이 들이치는 상황.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실제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러시아 영화 ‘메트로: 마지막 탈출’은 단순한 재난을 넘어 도시 기반 시설의 위태로움을 그대로 건드리는 작품이다.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지하철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상이라,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러시아 재난 영화 ‘메트로: 마지막 탈출’은 평온한 일상의 균열을 보여주는 데서 시작된다. 출근시간에 붐비는 지하철, 익숙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 서서히 터널 벽에 금이 가고, 곧이어 붕괴된 콘크리트 틈 사이로 강물이 터져 들어온다.
모스크바 강물이 터널로 들어차기 시작한 순간부터 영화는 숨 쉴 틈 없이 몰아간다. 주인공 안드레이는 아내와 딸, 그리고 아내의 내연남이라는 감정적으로 뒤얽힌 관계 속에서 한칸짜리 탈출 공간을 향해 달린다. 당연한 듯 누렸던 도시 인프라의 신뢰가 무너진 순간, 사람들의 선택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서울은 어떨까. 매일 660만명(2024년 서울 지하철 1~8호선 통계 기준)이 지하철을 탄다.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시스템이지만, 서울 역시 강 하부를 지나는 하저 터널 구간이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5호선과 분당선이 한강 하부를 통과한다. 이 터널들은 수압 수백 톤을 버텨야 하는 구조물이다.
과거 5호선 하저 터널 공사 중 실제로 연약 지반이 붕괴하고, 단층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침수 위험이 있었던 전례가 있다. 당시는 급박하게 공법을 변경하고 보강해 겨우 사고를 피했다.
하저 터널은 끊임없이 강한 압력을 받기 때문에 세그먼트 이음부의 수밀성이 중요하다. 수밀이 약해지면 처음엔 미세한 누수로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벽체 구조를 약화시키는 치명적인 원인이 된다.
지하철 자체보다 더 큰 위협은 따로 있다. 터널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하철역과 환기구다. 저지대에 위치한 역사일수록 도로 위로부터의 빗물 역류에 그대로 노출된다.
폭우가 잦아지고, 시간당 100mm를 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요즘, 이런 구조적 취약성은 매년 실체에 가까워지고 있다.
침수 방지를 위한 장치는 점점 정교해졌다. 한강 아래를 지나는 구간 대부분은 터널 양 끝에 대형 방수문을 설치했다. 센서가 수위 변화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닫혀 강물 유입을 막는다.
TBM 공법을 활용한 터널 시공도 도시 지하 구조물에서 중심이 되는 요소다. 이 방식은 고압을 견디는 특수 방수재를 세그먼트 이음부에 적용해 누수를 줄인다.
역사 출입구엔 자동 차수벽과 물막이판을 설치해 빗물 유입을 차단하고, 역 내부에는 대형 배수 펌프와 UPS 무정전 설비를 마련해 만일의 사태에도 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침수 재난을 사전에 감지하는 통합 관제 시스템도 작동 중이다. SCADA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강우량, 터널 수위, 펌프 작동 여부를 감시해 경보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영화에서 정부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탈출구를 봉쇄한다. 이에 주인공은 과거 스탈린 시대에 만들어진 비밀 벙커를 향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도시는 항상 예기치 않은 변수에 노출돼 있다. 지하에 숨겨진 설비들이 더는 ‘보이지 않는 안심’을 줄 수 없게 된 시대. 재난은 상상력에서 시작되지만, 대비는 구체적인 점검에서 시작된다.
‘메트로: 마지막 탈출’은 2014년 2월 13일 개봉했고 러닝타임은 132분이다. 국내 관객 수는 700명에 불과했지만, 영화가 제시한 공포의 스케일은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이 작품은 유플러스 모바일TV, 왓챠 등을 통해 지금도 시청할 수 있다. 평점은 7.81점. 이 글을 읽고 영화를 보면 훨씬 더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